한국은행은 10일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855달러로,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성장의 시계가 멈추면서 12년째 3만 달러 박스권에 갇혔다. 숫자보다 뼈아픈 것은 역전의 기록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등에 업은 대만(4만585달러)은 물론, 장기 침체를 겪던 일본(3만8000달러)에마저 재역전당했다. 전년 대비 4.3%(달러당 1422원) 떨어진 원화 값 하락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더 근본 원인은 경제의 기초체력 고갈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1.0%)이 일본(1.2%)에 뒤처질 만큼 허약해졌다.

대만은 ‘기업 친화’ 노선으로 4년 만에 3만 달러대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8.6%의 경이로운 성장에 이어 올해도 7.7%의 고성장을 예고해, 한국(올해 2% 성장 전망)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 3%(현재 1.8%로 추정)’를 공언하고, 한은도 “환율이 중립적이면 2027년 4만 달러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이미 이란 사태 여파로 환율 1500원선이 위협받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의 엔진인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올리려면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가 급선무다. 하지만 기업 발목엔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법인세 인상의 3중 족쇄가 채워져 있다. 3차 개정 상법 시행으로 삼성이 16조 원, SK가 5조 원 규모의 자사주 의무 소각에 들어갔다. 노란봉투법은 10일 시행 첫날부터 하청업체 노조들이 “원청사가 교섭에 나서라”며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설상가상이다. 이런 반(反)기업적 흐름부터 되돌리고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기업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 3만 달러 함정에서 벗어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구조 개혁 없는 성장은 신기루일 따름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2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