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에 ‘실업 부메랑’ 우려
기업들, 현장 자동화 전환 가속
노무 리스크 회피…“생존 문제”
노동자 설 자리 좁아지는 역설
“법시행 현실역행, 다 죽자는 말
3~5년내 분위기 확 달라질 것”
“총장 나와”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A사는 자동화에 최대한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엔진 부품을 제조하는 중견기업 B사도 인력을 줄이고 인공지능(AI) 솔루션과 로봇 도입을 서두르기로 했다. B사 대표는 “인력 자동화는 생존의 문제”라며 “무리를 해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산업 현장에서 본래 법 취지를 거스르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기업들이 노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인력 의존도를 줄이는 ‘자동화 전환’에 사활을 걸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곳은 기업 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산업계 전반에 자동화 시대를 급격하게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익명을 요청한 A사 대표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자’는 식인데, 노란봉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려 했던 자동화 투자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계획”이라며 “일선 현장도 3∼5년 안에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비용이 무리하게 들더라도 자동화를 조기 완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존하는 길”이라면서 “제조업과 일반 서비스업에서 물류 자동화가 가장 먼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 리스크가 없는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피지컬 AI 투자 등이 기업에는 최선의 ‘방어수단’이 되고 있다.
인력 감축이나 자동화에 대한 부담이 큰 기업들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B사는 로봇 도입을 위한 노란봉투법 태스크포스(TF)를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면서 인력 감축을 병행할 계획이다. B사 대표는 “노조가 인원 감축을 반대하면, 회사가 해외로 이사를 가든지 문을 닫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는데도 정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다”며 “결국 다 죽자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원청 기업이 자동화로 노조 리스크가 없는 업체로 물량을 돌리면 기존 협력사들은 퇴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유통산업발전법’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대형 마트 영업을 제한했지만, 정작 전통시장 매출은 늘지 않고 이커머스 시장만 비대해지며 오프라인 유통 산업 전체가 퇴보했던 실패 사례와 판박이라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기업들이 로봇과 챗봇을 더 빨리 현실화하기 위해 더 과감히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결국은 과거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축소됐듯이, 하청 근로자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미국 아마존과 같이 수만 명이 해고되는 상황이 우리에게도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이예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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