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TI·브렌트유는 80달러대
호르무즈 봉쇄로 가격 역전돼
국내 정유사들 중동산 최적화
성분달라 정제설비 조정 필요
원유 수입선 변경도 쉽지않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에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나 북해의 브렌트유 가격보다 오히려 20% 이상 비싼 유종(油種) 간의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WTI와 브렌트유를 쓰고 있는 서구권은 유가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중동산 원유에 의존해 왔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타격은 갈수록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는 한국은 고유가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WTI·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대 수준으로 상대적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두바이유 가격은 나 홀로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확연해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 등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10일 기준 배럴당 105.13달러에 거래됐다. 전장 107.55달러에서 2.25% 내렸지만, 여전히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WTI는 9일 94.77달러에서 10일 83.45달러로 11.94%, 브렌트유는 9일 98.96달러에서 10일 87.80달러로 11.28% 떨어졌다.
종전 흐름과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두바이유는 다른 기준유보다 품질이 낮고, 현물로 거래되기 때문에 선물로 거래되는 브렌트유보다 통상 하루 정도 시차를 두고 1∼3달러 낮게 형성돼 왔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전날인 지난 2월 27일 두바이유는 71.81달러로 72.87달러에 거래된 브렌트유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됐다. 아시아 국가들이 휘발유 등 석유제품 현물을 거래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은 연일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옥탄가 92의 일반 휘발유의 경우 2월 27일 배럴당 79.64달러에 거래됐지만, 9일에는 139.27달러까지 급등했다. 경유도 같은 기간 92.90달러에서 185.41달러로 2배가량 폭등했다.
WTI·브렌트유 안정세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 중동산 중질유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 단기간에 원유 수입선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수는 있지만 황 성분 비중 등이 전혀 달라 정제 공정을 조정해야 하고 운송 거리도 크게 늘어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입 다변화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정제 설비가 특정 원유 성상에 맞춰 설계돼 있어 갑자기 원유 종류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가격 상승도 부담이지만 실제 원유 물량 확보가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국내 석유 가격 상승세는 일단 꺾였지만 수급 불안으로 언제든 다시 뛸 수 있는 상황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3원 낮아진 ℓ당 1943원, 경유는 10원 떨어진 1957원에 형성돼 있다.
이정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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