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의 Deep Read - 중동전이 한반도에 던지는 질문

 

중·러·북, 美 군사행동 장기화 땐 수수방관 어려워… CRINK 연대 가능성 커져

중동전, 강대국 전략경쟁 판 키워… 한국의 과제는 美에 ‘필수적 동맹’ 되는 것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은 중동 정세를 불확실성과 긴장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는 단순한 군사작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란의 보복, 친이란 무장세력의 개입,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 전쟁 목표의 모호성이 중첩되면서 중동 지역의 전략 환경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전쟁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도 전략적 신호를 보낸다. 한국은 미국이 직면한 국제문제들에 대해 ‘전략적 공감’을 보이면서 미국에 ‘필수적 동맹’이 돼야 한다.

◇예상치 못한 파장

이번 공격의 직접적 목표는 이란의 핵무장 야망을 좌절시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양국의 궁극적 목표가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국은 이란의 핵능력과 군사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은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험을 고려할 때, 미국이 이란의 정권교체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처럼 최고지도부 제거와 제한적 체제 재편을 통해 관리하는 ‘정권 변형’도 이란의 경우엔 쉽지 않다.

그러나 군사행동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파장을 동반한다. 이번 공격이 이란의 핵개발 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에너지 충격, 핵확산 효과, 그리고 미·중·러 전략 경쟁의 심화라는 복합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공격은 ‘CRINK’로 불리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간 전략적 연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란은 이른바 ‘수정주의 축’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 CRINK 국가들은 각자 다른 지역에 있지만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자연스럽게 베이징(北京), 모스크바, 평양에도 전략적 신호를 보내게 된다.

◇대중국 메시지

이번 군사행동은 무엇보다 중국을 향한 세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은 핵확산과 국제안보 질서를 위협하는 도전에 대해 여전히 군사력을 동원할 의지를 갖는다는 점, 중동에서 군사행동을 수행하면서도 다른 전략 지역에서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글로벌 군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동맹국 안보가 위협받을 때 실제 행동으로 이를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란을 중동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육성해 왔다. 에너지 협력, 일대일로 구상,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 등을 통해 이란을 반미 전략 네트워크의 중요한 축으로 편입시키려 했다. 이러한 전략의 목적 중 하나는 중동 지역의 긴장을 활용해 미국의 외교·군사 자원을 분산시키고, 그 결과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인도·태평양이 아닌 중동에 묶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규모 군사 공격으로 이란의 핵능력과 군사력이 약화될 경우, 이는 중국의 중동 전략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베이징은 이번 전쟁을 대만 문제와 연결해 미국의 ‘전략적 내구성’을 세밀히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동시에 여러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장기전 조짐이 보일 때 미국 국내 정치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그리고 동맹국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하는지가 관건이다.

◇CRINK 연대

러시아에도 이번 사건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적 부담이 분산되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모스크바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구축해온 이란과의 전략적 협력 기반이 약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란이 군사적으로 약화되거나 내부 불안정에 빠질 경우,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 파트너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 역시 이번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감행한 군사 공격과 유사한 방식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이란 공격이 실제로 정권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주의 깊게 평가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이란이 미국의 군사 압박 속에서 주변 친미 국가들에 대한 공격 여부를 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사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러시아·북한은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비교적 절제된 반응을 보여 왔으나, 이란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해 재미를 본 북한도 모종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들이 이란을 돕지 않도록 견제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상황이다. 이들 CRINK 연대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이탈리아·일본이 삼국동맹을 통해 구축했던 추축국 체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CRINK 연대도 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필수적 동맹

한국은 이러한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는 특정 지역을 고립된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 역시 인도·태평양, 중동, 유럽 등 다양한 지역의 전략적 환경과 상호 연동된 맥락 속에서 접근한다.

여기서 하나의 역설이 등장한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직면한 다른 국제문제들에 대해서도 ‘전략적 공감’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에 실망해 북핵을 인정하거나 사실상 방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국에 ‘필수적 동맹’이 되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유지하면서 유라시아 질서의 변화를 주도면밀히 추적하고 대응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와 기술, 군사 안보의 세 영역에서 한·미 협력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국제정치는 서로 다른 지역의 위기가 서로 연결되는 ‘다지역 전략 연동성’ 속에서 전개된다. 한국은 이러한 복합적 국제환경 속에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전략 행위자로서 자기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불확실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키는 길이다.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 용어 설명

‘필수적 동맹’은 국익과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복합 구조 속에서도 핵심 안보 협력이 필수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동맹. 안보·경제·기술 협력의 제도화 등이 필요조건.

‘CRINK’란 중국(China), 러시아(Russia), 이란(Iran), 북한(North Korea)의 머리글자.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의 피터 반 프라흐 회장이 지어낸 것으로, 반미 성향의 권위주의 연대의 속성을 가짐.

■ 세줄 요약

예상치 못한 파장: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은 예상치 못한 파장을 동반.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에너지 충격, 핵확산, 강대국 전략 경쟁 심화라는 복합적 결과 초래.

CRINK 연대: 중국·러시아·북한은 이란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국의 이란 공격을 수수방관할 수 없어.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CRINK 연대도 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은 이를 견제해야 하는 과제 생겨.

필수적 동맹: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높이려면 미국이 직면한 다른 국제문제에 대해 ‘전략적 공감’ 보여야. 한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기술·안보에서 미국에 ‘필수적 동맹’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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