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안전한 AI를 표방하는 미국의 생성형 AI 기업 앤스로픽이 이달 초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AI의 노동 시장 영향:새로운 측정 지표와 초기 증거’로 직업별 AI 노출도를 계산했다. 미국 표준직업 약 800개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업무에 AI를 얼마나 쓰는지 추적해 ‘AI 관측 노출도’ 지표를 만들었다. 이는 곧 ‘AI 대체 위험’ 값으로 노출도가 높을수록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AI가 업무의 25% 이상 담당하는 직업이 이미 36%에 달하고, 75% 이상을 맡기는 직업은 4%로 나타났다. 노출도 최상위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74.5%), 고객 서비스업(70.1%), 데이터 입력원(67.1%)이며, 금융·투자, 마케팅, 사무 행정 등도 상위에 올랐다. 반대로 요리사, 오토바이 정비사, 인명구조원, 바텐더, 설거지 담당 등은 노출이 0이었다. 이번 분석은 텍스트를 다루는 언어모델, 그것도 앤스로픽 모델인 클로드 사용에 한정된 데다 로봇 등 피지컬 AI가 가져올 영향은 포함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우리 미래의 한 페이지를 보여준다. AI 노출 상위 25% 직종 종사자는 평균 임금이 나머지보다 47% 높고, 대학원 학위 비율도 네 배에 이른다. 인구 특성상 백인, 여성, 아시아인 비중이 높았다. 고학력·고임금 화이트칼라 직종이 AI에 위협받는 최선두에 있다는 뜻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2034년 고용 전망에서도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고용 증가율은 낮게 예측됐다. 이와 함께 모든 직종에서 진입 장벽이 높아져 22∼25세 청년 채용 비율은 1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1만9831명으로 1999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신규 박사 2만 명 시대를 예고했다. 또, 여성 박사는 역대 최대였다. 청년 일자리와 대학원 진학률은 대체로 반비례한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교수·연구직 진출 못지않게 취업을 위한 스펙과 전문성을 쌓기 위해 박사과정으로 향한다. 고학력·고소득·여성 비중이 높은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AI 대체 위험이 가장 큰 구간이라는 앤스로픽 보고서와 겹쳐 보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심각하다. 빠르게 바뀌는 AI 시대에, 냉정한 점검과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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