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경제부 차장

최근 국제유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급등락하고 있다. 배럴당 110달러를 넘긴 다음 날 80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과 코스피도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전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장 방향이 바뀐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유가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달러화 강세까지 겹치면 한국 경제는 ‘이중 충격’을 받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인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공습 배경을 핵 문제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전쟁을 ‘글로벌 공급망 경쟁의 일부’라고 해석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의 칼럼니스트 다이앤 브래디는 나아가, 미국·이란 전쟁 속 중상주의의 부상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과 해상 호위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점과 관련, “이 해협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18세기 영국과 관련된 용어, 즉 중상주의의 재등장”이라고 분석했다.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 질서가 지배하던 시대가 가고 중상주의가 다시 부상했다는 것이다. 중상주의는 수출 극대화, 수입 억제, 그리고 국가의 부와 권력 축적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가 주도의 보호주의 경제 체제다. 실제 무역 현장에서 중상주의는 진행 중이다. 글로벌 해운기업 나비오스 마리타임 파트너스의 안젤리키 프랑구 CEO도 “모든 것이 국가안보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제는 중상주의와 우방국 투자가 핵심”이라면서 “효율적 무역과 세계화, 낮은 관세는 더 이상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도 현재의 정치경제 질서를 ‘신중상주의(neo-mercantilism)’라 부르며 “우리는 신중상주의의 위험한 승리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상주의의 특징인 제로섬 게임 사고방식과 상대적 우위 추구는 국가 간의 갈등을 불러온다. 중상주의 시대 유럽 강대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1689년부터 1815년까지 전쟁과 휴전을 반복했다. 울프는 “미국이 경제적 동기에서 행한 베네수엘라 지도부 제거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자원 약탈”이라면서 “극심한 경제적 마찰과 직접적인 전쟁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돌아와 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미국이 승리와 함께 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신중상주의 시대의 극심한 경제적 마찰 혹은 전쟁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는 다시 낮은 관세와 자유무역 질서의 평화로운 환경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당장 파도를 넘을 대응책을 넘어 신중상주의라는 새로운 국제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생존할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박세영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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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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