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행에 들어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이 난장판 수준의 혼란을 부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이날 주최한 ‘투쟁 선포대회’에서는 ‘바지 사장(하청업체 대표)’ 거부와 교섭단체 단일화 폐기 요구는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 자리에 앉아야 한다”(양경수 민노총 위원장)는 주장 등이 쏟아졌다. 대다수 기업은 하청업체 노조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를 보며 판례의 축적을 기다린다고 한다. ‘명확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노란봉투법 자체에 기인하는 문제인 만큼 혼란과 시행착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사안별로 노동위원회 판정, 재판 판례 축적, 심지어 재판소원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행 첫날, 하청 노조 407곳이 원청 기업 221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정부는 “근로 조건에 대한 교섭의 제도화”라고 설명했지만, 탁상공론으로 드러났다. 첫째, 임금교섭 배제 원칙부터 무너졌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은 계약 당사자인 하청 업체와 하청 노동자가 결정한다’며 원칙적으로 임금 교섭을 배제했으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라는 단서를 달아 해석 여지를 남겼다. 이미 금속노조는 원청 교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로 공식화했다.

둘째, 복수노조의 혼란을 막겠다며 2011년 도입한 교섭 창구 단일화 원칙도 단박에 흔들렸다. 시행 첫날에만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31건 접수됐다. 노·노 갈등이 노골화하는 한편 한 사업장에 복수 교섭이 연중 벌어지는 상황이 예고됐다. 셋째, 공공 부문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공부문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성 인정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한다”며 다른 메시지를 냈다. 실제로 화성시와 부산교통공사는 교섭에 응했다.

이런 난맥상은 단순한 혼란으로 끝나지 않는다. 분업화를 통한 전문화, 대기업의 핵심 역량 집중 같은 경제 흐름에 역행함으로써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한다. 기업은 자동화를 앞당기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고, 일자리 자체를 파괴한다. AI 시대와 겹치면서 재앙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시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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