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똥을 먹는다고? 글자를 보지 않고 발음만 들어보면 그렇다. 봄에 먹는 배추, 속이 들지 못한 채 잎이 옆으로 퍼진 배추의 발음은 틀림없이 ‘봄똥’이다. 가을에 씨를 뿌린 뒤 노지에서 겨울을 났으니 속이 들 수가 없다. 겨울바람을 피하느라 잎이 땅에 바짝 붙어 자라니 넓게 퍼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라난 모습이 마치 소가 싸 놓은 똥과 비슷해 본래 ‘봄똥’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설도 있다.
봄은 힘이 세다. 추운 겨울을 견뎌 낸 뒤 새로운 희망으로 맞게 돼서 그런 것일까? ‘봄’은 뒤에 결합하는 단어들을 거의 된소리로 만든다. ‘봄빛이 좋은 날 봄바람이 살랑대다 봄비가 내리면 봄가물이 들어 메말랐던 봄밭이 촉촉해진다’. 이 문장에서 맨 뒤의 ‘봄밭’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봄’ 뒤의 단어를 된소리로 발음해야 한다. 그러니 봄동 또한 ‘봄’에 ‘동’이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동’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배추나 무에서 꽃이 피는 줄기다. 그러나 이 배추는 그 줄기를 먹는 것이 아니니 이리 볼 수는 없다. 한 덩어리로 굵게 묶은 것도 ‘동’이라고 하는데 힘들게 자란 이 배추의 잎이 이렇게 굵게 동을 짓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배추 밑동에서 ‘밑동’이 굵게 살진 부분을 가리키니 이와 관련을 지어봄 직하지만 단언해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모진 겨울을 견딘 봄동처럼 ‘동’이 이 단어에 흔적을 남긴 것인지도 모른다.
봄동은 다른 배추에 비해서 질기고 거친 느낌이 나지만 맛은 달다. 소금에 오래 절이지 않고 갖은양념을 한 뒤 바로 무쳐 먹는 겉절이가 제격이다. 겨우내 먹어왔던 김장김치와는 다른 색다른 맛을 느끼게도 해 준다. 이런 봄동이 요즘에는 비빔밥 재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비빔밥은 모두 맛있지만 제철에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별미 비빔밥이니 반갑다. 봄이다. 더 따뜻해져 사라지기 전 봄동 맛을 한번은 느껴봐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