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배 체육부장
한국 야구 대표팀이 호주를 꺾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극적으로 진출했다. 한국이 8강에 진출하려면 호주전에서 ‘2실점 이하·5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했는데, 이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승패가 같을 때 ‘승자승’ ‘득실차’ 등을 들어봤지만 점수차와 실점까지 정한 조건을 맞춰야 하는 ‘경우의 수’는 처음 봤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조별 리그 C조 호주전에서 7-2로 승리했다. 3점 이상 실점을 하면 100득점을 낸다 해도 8강에 못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 대표팀이 생각한 스코어는 5-0, 6-1, 7-2까지 세 가지 경우였다.
그런데 이날 7-2로 앞선 9회 초 2사 1루에서 타석에 오른 한국팀의 ‘불방망이’ 문보경이 3구 삼진을 당한 게 대만 팬들로부터 시빗거리가 됐다. 문보경은 이날 2점 홈런과 2루타, 단타를 쳤고 3루타만 치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타선에서 웬일인지 배트가 나오지 않았고 ‘루킹 삼진’을 당했다.
대만 중계방송 해설진과 팬들은 문보경의 삼진을 대만팀을 탈락시키기 위한 ‘전략적 플레이’였다고 봤다. 한국이 추가로 1점을 내서 8점이 되고 호주가 9회 말에 1점을 더 내 8-3이 되면 최저 실점률에서 앞선 대만이 8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는데 문보경의 삼진으로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실점을 안 하는 게 관건이었지 굳이 추가 득점은 필요 없었다. 오히려 추가 점수를 내려 한다면 호주 측으로부터 대만에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특히 9회 상황은 세 팀의 염원이 교차하는 아주 미묘한 국면이었다. 스코어 7-2에서 한국은 이 점수가 끝까지 유지되기를, 호주는 자신들이 한 점을 더 내서 7-3, 대만은 한국과 호주가 한 점씩 더 내서 8-3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대만 팬들은 문보경의 마지막 타석을 놓고 문보경과 한국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대만 팬들은 문보경의 인스타그램에 ‘선 채로 자는 거야?’‘너는 메이저 리그에도 못 간다. 그냥 우물 안 개구리로 있어라’ 등의 비난과 조롱 댓글을 달았다. 문보경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은 쓸모없다’ ‘한국은 형편없는 나라’ ‘8강 가봤자 곧 탈락할 것’ 같은 조롱성 발언도 적지 않았다.
이번 대회 호주에 0-3, 일본에 0-13 7회 콜드게임패를 당한 대만은 유독 한국팀에는 죽기 살기로 덤볐고, 승부치기 끝에 5-4 분패를 안겼다. 한국전 승리 후 대만 선수단은 일본 도쿄 우에노의 유명 야키니쿠 전문점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소고기 파티를 열었다. ‘주장’ 천제셴은 한국팀에 승리한 뒤 인터뷰에서 “이제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만나도 두렵지 않다. 자신 있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한국팀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언행들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미묘한 ‘경우의 수’ 게임에서 캐스팅보트를 던진 경우가 됐다. 문보경이 마지막 타선에서 설령 지는 한이 있어도 대만이 올라가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배트를 고의로 안 냈는지, 그냥 타이밍을 놓친 건지는 본인만이 안다. 다만, 한국 선수 문보경은 한국팀을 위한 플레이를 했을 뿐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