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5회말 교체된 한국 조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5회말 교체된 한국 조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애미 = 정세영 기자

최악의 엔딩 속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은 있었다. 한국 야구대표팀 불펜 조병현(SSG)이 세계 강타선을 상대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에서 0-10,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7년 만에 오른 WBC 8강이었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인상적인 투구를 남긴 선수가 있었다. 이날 7번째 투수로 나선 조병현이었다. 조병현은 0-7로 뒤진 5회 말 마운드에 올라 훌리오 로드리게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아구스틴 라미레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헤랄도 페르도모를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8회말 교체된 조병현이 추가 실점을 막으며 이닝을 마무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8회말 교체된 조병현이 추가 실점을 막으며 이닝을 마무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병현은 이번 대회 4경기에 등판해 5이닝 동안 단 1실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1.80. 허용한 안타는 홈런 하나뿐이었다. 세계 최고 타자들을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는 투구로 국제 무대 경쟁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프로 6년 차인 조병현은 세광고를 졸업한 뒤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SK(현 SSG)의 지명을 받았다.

2022년 군 복무를 선택한 뒤 상무에서 기량이 크게 성장했다. 2023년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세이브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드러냈고, 이후 SSG로 복귀한 뒤 주전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현재 KBO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조병현의 최대 장점은 릴리스 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다. 투수치고는 작은 편인 182㎝지만 팔이 길어 릴리스 포인트가 높다. 조병현의 수직 무브먼트는 60㎝대로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수직 무브먼트는 타자가 패스트볼이 떠오른 것으로 착시하는 폭을 뜻하며, 수직 무브먼트가 높으면 타자의 방망이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한국 조병현이 5회 말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한국 조병현이 5회 말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조병현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정상급 타자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투구를 펼치며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병현은 경기 뒤 “(도미니카공화국에는) 대단한 선수들이 많았고 실력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저 역시 공부가 됐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제 공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들어갔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7년 만에 오른 WBC 8강, 최종 결과는 조병현에게도 큰 아쉬움으로 남은 모습이었다. 조병현은 “아쉬움은 당연히 있다. 더 오래 마이애미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서 끝나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교훈에 대해서는 “저 역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시즌 때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더 경험을 쌓고 다음에 대표팀에 뽑혔을 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야구대표팀의 조병현. 연합뉴스
한국야구대표팀의 조병현.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번에 17년 만에 마이애미까지 왔다. 다음에는 또 올라와서 좋은 선수들과 승부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면서 “다음에 도미니카공화국과 붙으면 저희가 무조건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한 번 승부를 해봤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야구는 8강에서 멈췄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불펜 카드가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조병현이 남긴 마이애미에서의 1이닝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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