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진출 ‘야구 불모지’ 伊

선수 30명중 24명 美 국적

오타니의 日은 8강서 탈락

 

8강 기준 투구수 최대 80개

한 경기 승부로 결정 큰 부담

오타니
오타니

마이애미=정세영 기자

‘이변의 연속이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까지의 흐름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일본은 15일(한국시간) 대회 8강에서 베네수엘라에 5-8로 패하며 탈락했다. 일본이 WBC에서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8실점 역시 역대 WBC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일본은 3차례(2006년·2009년·2023년)나 대회 우승을 차지한 세계 최정상급 팀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역사상 가장 많은 8명의 메이저리거가 합류해 미국과 함께 우승 후보로 평가됐다.

반면 이탈리아는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조별리그 B조에서 미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고, 8강에서도 푸에르토리코에 승리하며 5연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일본 탈락과 함께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야구 불모지’로 분류되는 나라다. 자국에서 축구에 밀려 야구 인기가 높지 않고, 국제대회에서도 큰 성과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WBC가 가진 구조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 WBC는 부모·조부모 가운데 한 명의 혈통만 있어도 해당 국가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 규정의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사실상 ‘준 미국대표팀’에 가까운 구성을 갖췄다. 실제 국적이 미국인 선수가 엔트리 30명 가운데 24명에 달한다. 여기에 전·현직 메이저리거가 무려 21명이다.

독특한 투수 운용 규정도 변수로 작용한다. 정규리그가 시작되기 전 3월에 열리는 WBC는 투구 수 제한이 엄격하다. 8강 기준 투수는 최대 80구까지만 던질 수 있다. 또 특정 투구 수 이상을 기록하면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정규시즌처럼 선발 투수가 길게 이닝을 소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일본은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69구를 던진 뒤 교체됐다. 이후 일본은 불펜이 흔들리면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에 단판 승부라는 특성까지 더해졌다. WBC 8강 이후는 모두 한 경기로 승부가 결정된다. 단기전은 장타 한 방, 불펜 한 번의 흔들림이 곧바로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 세 가지 요소가 겹치면 전력 격차는 생각보다 쉽게 좁혀진다. 일본 같은 강팀도 탈락할 수 있고, 이탈리아 같은 팀이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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