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8강서 아쉬운 마침표… 남은 숙제는
도미니카에 0-10 콜드게임 패
이번대회 韓 평균 구속 146.3㎞
日 152.1㎞와 스피드 차이 뚜렷
볼넷도 22개… 제구 불안 여전
류지현 감독 “투수 육성 시급”
류현진 “국제형 선수 필요한때”
마이애미=정세영 기자
17년 만의 8강. 그러나 그다음 장면은 냉정한 현실 확인이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7회 콜드게임 패배(0-10)를 당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1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힘겹게 통과하며 목표였던 2라운드(8강) 무대에는 올랐다. 그러나 세계 정상권과의 전력 차이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투타 모두에서 수준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국제대회는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경기를 치르는 동안 2승(3패)에 그쳤다. 승리를 거둔 상대는 체코와 호주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앞서 있는 팀들이다.
8강 진출 역시 쉽지 않았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상대로 5점 차 이상 승리와 2실점 이하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맞추며 극적으로 토너먼트 티켓을 따냈다. 만약 호주가 첫 경기에서 대만을 잡는 변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야구대표팀의 귀국인사 플래카드 문구에는 ‘변화와 노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인 투수력 약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된 지적이다. 2013년과 2017년, 2023년 WBC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특히 확실한 ‘선발 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는 선발 투수가 최소 4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끌어줘야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그래야 불펜도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불펜을 가동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류지현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계가 전체적으로 투수 육성 등 숙제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고 자평했다. 20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류현진(한화)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선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느꼈을 것”이라며 “프로야구 시즌도 중요하지만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게 선수들이 기량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 자원 부족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아졌고, 여기에 아시아쿼터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국내 선발 투수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리그 경쟁력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팀 관점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투수들의 구속 문제도 짚어야 한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의 평균 구속은 WBC 조별리그에 참가한 20개 국가 가운데 90.9마일(약 146.3㎞)로 18위에 머물렀다. 일본은 94.5마일(152.1㎞)로 5위, 대만은 93.5마일(150.5㎞)로 7위였다. 아시아 경쟁 국가들과 비교해도 스피드에서 차이가 뚜렷했다.
투수들의 고질적인 제구 불안도 여전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총 22개의 볼넷을 내줬는데, 참가국 가운데 공동 5위였다. 한국보다 볼넷이 많은 팀은 브라질(37개), 이스라엘(26개), 푸에르토리코(25개), 쿠바(23개)뿐이다. 대부분 한국보다 야구 저변이나 전력이 낮은 팀들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류현진도 “구속도 중요하지만 제구도 중요한 만큼 자기 스타일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계 무대에서 통할 것이라는 타격의 힘도 부족했다. 타구 속도 시속 95마일(153㎞) 이상을 ‘하드히트(Hard Hit)’라고 부른다. 강한 타구일수록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타격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다. 그런데 한국은 8강전에서 하드히트 타구가 4개에 머물렀다. 반면 도미니카공화국은 12개를 기록했다.
실제 결과로 확인됐다. 한국의 안타 개수는 2개에 그쳤고 도미니카공화국은 9개를 기록했다. 한국이 만들어낸 안타 2개 가운데 하나는 한국계 선수인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순수 한국 선수 가운데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안현민(KT)이 유일했다.
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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