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48시간 내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군사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지도부가 거부하자 이틀 후 침공을 개시했다. 그에 앞서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WMD) 보유 의혹을 폭로했다. 이라크 전쟁 명분 축적용 연설이었는데, 후에 이 정보가 조작된 것임이 드러나면서 파월은 “인생의 가장 큰 오점이 된 연설”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호전적인 네오콘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에게 휘둘리면서도 유엔 안보리 회의를 거쳤고, 선전포고한 뒤 의회의 개전 승인도 받아냈다. 전쟁의 합법적 절차는 밟은 셈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이란 정권의 임박한 위협 제거”라며 이란 공습을 개시했다.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는 없었고, 공격을 시작한 날은 자신의 사위까지 참여한 이란과의 3차 핵 협상이 끝난 다음 날이다. 이란 측에 따르면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4차 협상 날짜도 정했다고 한다.
미국엔 파월 독트린이 있다. 4성 장군 출신 파월 전 장관이 명문화한 것으로, ‘명확한 국가이익과 목표 속에서 국민과 의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외교적 수단이 모두 소진된 뒤 최후 수단으로 압도적 군사력을 동원해 승리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란 전쟁은 파월 독트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 때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라며 “국제법은 필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뭐든 맘대로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파월 독트린 위배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기습공격 방식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다. 2007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시설 공습 요청을 거부할 때 ‘미국은 구체적 적대 행위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를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면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옵션’을 거론한 바 있다. ‘미국은 1941년 진주만을 폭격한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인데 요즘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