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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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죄자 재범 판결문 85건 분석

 

보호관찰관 지시거부 29건 달해

피해자 집으로 유인땐 속수무책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40대 남성 A 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전자발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발찌에만 의존하는 스토킹 피해 예방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일보가 16일 판결문 검색 플랫폼 ‘엘박스’를 통해 2023∼2025년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부착하고도 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를 선고받은 1∼3심 판결문 85건을 분석한 결과, 피고가 스토킹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는 12건이었다. 지난해 5월 광주지방법원은 2년간 교제하던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31회에 걸쳐 피해자 주거지에 접근하고 3개월간 1351회가량 피해자에게 전화·문자를 한 피고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피고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내려졌지만, 접근금지 명령이 나온 지 2시간 만에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다른 여성을 성폭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자발찌 제도의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채팅 등으로 피해자와 접촉해 자신의 집으로 유인할 때에는 속수무책이다. 실제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발생한 범죄는 25건에 달했고, 이 중 6건은 채팅 앱 등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사례였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보호관찰관의 지시 등을 거부한 경우도 29건에 달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전자발찌는 위치 정보만 제공하는 기기에 불과하나 현 제도는 (전자발찌를 통해) 대상자의 행동까지 감시하려 한다”며 “전자발찌가 할 수 없는 것을 기대하면서 손 놓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한편, A 씨에 대한 수사는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척이 없다. A 씨가 검거 직전 확인이 안 된 약물을 먹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A 씨와 피해자 B 씨는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 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로, B 씨에게 연락하거나 주거 직장 등 100m 이내 접근도 금지된 상태였다. 올해 초 스토킹 행위가 심각해지자 경기북부경찰청은 구속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4호 신청을 지휘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해당 위치 추적 장치 감정을 의뢰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영장 신청 등을 할 예정이었지만 그사이 범행이 발생했다.

노수빈 기자, 김준구 기자
노수빈
김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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