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산불 1년 ‘암담한 일상’
1억원 지원… 주택 짓기엔 태부족
임시주택 가구 중 13%만 집으로
콤바인 등 농기계들도 다시 구입
생계 위한 현실적 손실보상 필요
안동=글·사진 박천학 기자
“집 짓고 농사 준비했더니 수억 원대 빚만 생겼니더(생겼습니다). 늙어서 빚덩이를 떠안으니 참담하기만 하니더(합니다).”
지난 12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리. 마을 안 곳곳에서 주택 신축 현장이 보였다. 철제 지붕을 앉힌 신축 주택 앞에서 만난 김모(여·83) 씨는 “대대로 살아온 기와집이 온데간데없어졌다. 새로 지은 집은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다”며 한숨을 지었다.
김 씨는 생계비와 주택 복구비 등으로 약 1억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집 짓는 데만 벌써 1억7000만 원이 들었다. 그는 “마당과 담장 등 손볼 곳이 많아 2억 원이 훨씬 넘는 공사비에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오는 22일로 지난해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부지역 5개 시군을 휩쓴 초대형 산불 발생이 1년을 맞는다. 이 마을은 당시 산불로 27가구가 초토화됐다. 피해 주민들은 임시주택에 살며 지난해 9월부터 집을 짓기 시작했다. 10여 가구가 신축됐는데, 이날 만난 주민들마다 “집이 아니라 빚덩이”라며 한탄했다.
인근 일직면 조탑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임시주택에 사는 주민 14가구 중 4가구가 신축했다. 벼농사를 짓는 권모(63) 씨는 “생계비와 주택 복구비 등으로 약 80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집 신축에만 2억3000만 원을 투입했다”며 “콤바인, 이양기 등 불에 탄 20여 종의 농기계 구입 등을 위해 별도로 50%를 지원받았는데도 1억 원 이상 융자해 빚만 약 2억5000만 원이 생겼다”고 말했다.
권 씨 집 바로 옆과 앞에선 인부들이 주택 담장·기초공사를 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자재비가 지난해 말 15% 이상 올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집 잃은 것도 억울한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현실화하지 못해 암담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임시주택 2236가구(3823명) 중 약 13%인 295가구(531명)만 주택 신축(235가구) 및 매입(18가구), 임차(16가구) 등이 이뤄졌다. 안동 781가구 중 160가구, 영덕 718가구 중 52가구, 청송 456가구 중 24가구 등이다.
임시주택 거주자의 35%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18명은 거주 중 사망했다. 대부분 고령층으로 산불피해 후 호흡곤란과 기저질환 악화, 정신적 스트레스, 고령 등으로 숨졌다. 일부 유족들은 산불이 원인이라며 정부의 정확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1월 29일 발효된 ‘초대형 산불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산불피해 구제 지원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 접수는 1년간 진행된다.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택 신축과 생계를 위한 현실적 지원과 농·임·수산업 등 피해 산업별 수년간의 예상 수익에 대한 손실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천학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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