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가능성 없는 괴롭힘 목적”

경찰의 전원합의 판단, 모순 지적도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지난 12일 ‘사법개편 3법’ 시행과 동시에 법왜곡죄 1호 사건으로 고발당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과 관련해 법왜곡죄로 고발됐지만, 법령 명확성 부족·소급적용 불가·참고 판례 부재 등으로 법왜곡죄 혐의를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법부 최고 법률가들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일선 경찰이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16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경찰의 법왜곡죄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서면주의 원칙을 다하지 않아 법을 왜곡했다고 고발했다. 그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 관련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법상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금지 원칙에 따라 지난해 5월 이뤄진 판결을 올해 3월 시행된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 사건이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만큼 조 대법원장이 ‘계속범’에 해당해 신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수도권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사건이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것과 파기환송 선고 시점에 성립하는 행위는 별개”라며 “그런 논리면 모든 피의자가 계속범으로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은 월급받는 판사가 아니라 전체 재판을 관할하는 사람”이라며 “애초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수사가 진행돼도 조 대법원장이 법을 왜곡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주장처럼 조 대법원장이 유력 대선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법령을 왜곡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서면주의 원칙 역시 논란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유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괴롭힘’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이 모든 기록을 다 봐야 한다는 법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수사 예정이다. 이 사건은 당초 고발인 주소지 관할서인 용인서부경찰서로 배당됐지만, 서울경찰청에 재배당됐다. 같은 내용으로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경찰과 조율해 사건 처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최영서 기자, 이재희 기자
최영서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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