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중국 간첩에 세계 각국 ‘긴장’

 

영국, 현직 하원의원 남편 체포

미국, 대만 관련 분열 조장 적발

일본선 중의원 선거개입 의혹도

 

FBI·CIA 합친 ‘中 MSS’ 주목

휴민트 활용 스파이 지원에 무게

중국은 “증거없는 정치적 농간”

각국 방첩·심의정책 잇단 강화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중국과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간첩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기존 중국 관련 간첩 사건이 대만·일본 등 아시아에서 주로 일어났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서방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추세다. 현재까지 적발된 간첩들은 단순 정보 탐지 외에도 동맹 분열, 민주주의 교란, 군 기밀 수집 등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있는 중국에 우위를 가져다주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국은 방첩 활동을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심의·감시를 늘리고 있다. 또 국가정보기관을 신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시아 넘어 유럽·미국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한 중국 연루 간첩들= 1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최근 유럽·미국·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중국의 연루가 의심되는 간첩 활동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에는 영국 경찰이 중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현직 하원의원의 남편을 포함한 3명을 체포한 바 있다. 영국 경찰은 피의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영국 주요 매체는 집권 노동당 소속 조니 리드 하원의원의 남편이 피의자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그리스에서 공군 대령 1명이 암호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중국에 기밀 정보를 넘긴 의혹으로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해당 용의자는 통신·전자 시스템을 담당하는 직책 특성상 일반적인 기밀을 넘어 조기경보레이더 소프트웨어 개발, 전자전 시스템, 방공망 운영 시스템, 암호화 통신 네트워크 청사진 등 핵심적인 군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자산에 깊숙이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프랑스에서도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 위성, 군사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전에 연루된 혐의로 중국인 4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숙박공유업체를 통해 숙소를 빌린 중국인들이 의심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당국에 알린 현지 주민들의 신고로 적발됐다. 주민들은 이 숙소 정원에 지름 약 2m의 위성 안테나가 하늘을 향해 설치된 걸 목격했다. 동시에 인근 지역에선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하자 경찰 당국에 신고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 대형 싱크탱크의 인도계 연구원이 기밀문서 유출 등 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해당 연구원 체포 당시 그의 버지니아주 자택 지하실에는 수납장과 책상, 쓰레기봉투에서 1000쪽이 넘는 기밀문서가 발견됐고, 일부 문서에는 ‘일급비밀’ 표시도 붙어 있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선임 보좌관을 지낸 중국계 린다 쑨 역시 2024년 대만 관련 행사를 막고 사실상 중국 입장을 대변한 혐의로 붙잡혔다. 단순 정보 수집이나 군사 기밀 유출을 넘어 동맹국 간 분열을 유도하는 활동까지 했던 것이다.

지난해 1월 필리핀에서 중국 정보당국의 지시를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필리핀인들이 이들의 범행에 대해 설명하는 필리핀 군경 관계자 뒤에 서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해 1월 필리핀에서 중국 정보당국의 지시를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필리핀인들이 이들의 범행에 대해 설명하는 필리핀 군경 관계자 뒤에 서 있다. EPA 연합뉴스

◇아시아서도 연일 간첩사례 적발… 중국은 ‘배후설’ 강력 부인= 기존 간첩활동의 주 대상지였던 대만·일본 등에서도 최근 중국 관련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만 검찰은 전현직 군인 6명을 포섭해 수집한 군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홍콩인을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해당 피의자는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연락국 지시에 따라 지난 2023년부터 사업과 관광을 핑계로 대만을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퇴역 중령 2명과의 친분을 활용, 전현직 군인 4명을 포섭해 기밀을 수집했다. 최근 중국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일본에서는 중국이 중의원(하원)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 온라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거 직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를 비판하는 온라인 글들이 확산했고, 일련의 해시태그를 붙여 글을 올린 복수의 계정을 비교한 결과 정보 공작을 목적으로 한 중국계 계정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중국 간첩들이 경쟁국의 민주주의까지 교란하고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이 확산하자 중국 측은 중국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5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간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취재진 질의에 “최근 일부 인사가 이른바 ‘중국 간첩’을 꾸며내는 데 열중인 것 같다”며 부인했다. 마오 대변인은 “우리는 사안이 불분명하고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악의적으로 중국을 연관 지으며 ‘유죄 추정’과 정치적 농간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중국을 비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의 기능을 모두 합쳐놓은 것과 같다는 중국의 거대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가 주목받으면서, 중국이 이 같은 광범위한 간첩 활동을 지원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MSS는 해외 인적 네트워크(휴민트)를 관리하는 국제정보국(제2국), 홍콩·마카오·대만을 담당하는 기구(제4국), 해외 첨단 기술 및 지식재산권을 담당하는 경제과학기술국(제10국), 해외망 해킹 및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전자정보국(제11국) 등 역할이 고도로 세분화돼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황급히 대처 나선 각국… 방첩 강화·외국인투자심의 확대·정보기관 신설 등= 이에 전 세계 각국은 간첩사건 예방 및 재발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나섰다. 미국은 방첩 역량을 강화할 뿐 아니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권한을 대폭 강화해 중국 자본의 미국 진입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 자본이 인공지능(AI) 등 미국의 핵심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미군 기지 인근의 토지 및 인프라를 매입하는 것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더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또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의 주도로 자국판 CIA로 불리는 ‘국가정보국’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정부기관 다섯 곳에 분산돼있는 정보 기능을 한군데로 모아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같은 계획에 관해 “일본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질 높고 적기에 포착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동시에 이를 높은 수준으로 집약해 고도의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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