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리뷰 -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내일 개봉
태양 빛 에너지 좀먹는 흑점에
지구 빙하기 닥칠 위기에 처해
“미혼에 개도 안 키운다” 이유로
싱글 과학교사 자살미션에 투입
바위조각 크리처와 해결책 찾아
비장미 대신 귀여운 장면 연출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은 공상과학(SF) 영화의 기본 설정이다. 18일 개봉하는 소니픽처스의 우주 SF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구에 빙하기가 닥칠 것이 예정돼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서사의 골격도 동일하다. 특히 인류 전체를 위해 사실상 자살 임무에 투입되는 영웅적 우주인의 이야기는 12년 전 ‘인터스텔라’를, 외계 생명체와의 우정을 깊이 있게 그린 버디 무비적 특성은 34년 전 ‘E.T.’를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 라일란드 그레이스 박사(라이언 고슬링)는 통상 우주 영웅 서사와 한 쌍으로 나오는 가족주의 신파와 거리가 멀다. 싱글 과학교사인 그는 “너는 결혼도 안 했고, 개도 안 키우잖아”라는 말로, 우주로 보내지는 ‘선택받은 자’가 됐다. 신파가 빠진 자리는 가벼운 유머와 귀여움을 넣을 공간이 됐다.
영어에서 ‘파지’(Phagy)라는 접미사는 ‘먹다’ ‘포식’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스트로파지’(Astrophagy)는 말 그대로 별을 포식한다는 의미다. 영화의 줄거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조어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태양의 표면에 붙어 빛 에너지를 좀먹는 흑점 아스트로파지는 태양계 행성을 넘어 성간우주로도 진출, 기다란 띠를 이뤄 행성들을 서서히 죽이고 있다. 특히 약해지고 있는 태양은 곧, 그 빛에 의지해 생명활동을 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전해진 시한부 선고나 마찬가지다.
이때 유일하게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되지 않은 태양계 밖 행성이 하나 있다. 그 이름 타우세리. 타우세리에 가서 그 비결을 밝혀내면 멸망 직전의 태양과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믿고, 과학자들은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착수한다. 헤일메리는 본래 미식축구 등에서 성공률이 희박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에 막판 역전을 노리고 시도하는 도박성 작전을 뜻한다.
그레이스는 먹먹한 암흑 우주에서 홀로 긴 시간을 견딘다. 차원이 다른 외로움에 미쳐가던 찰나, 한 외계인이 등장한다. 언어가 달라도, 일단 소통의 의지가 있는 것만으로 반갑다. 앤디 위어 작가의 전작 ‘마션’에서는 와트니(맷 데이먼)가 비디오로그에 혼잣말을 기록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선 주인공의 대화 상대로 외계 생물 로키(Rocky)가 등장한다. 바위 조각이 거미 모양으로 뭉쳐져 있는 이 크리처에겐 얼굴이나 감정, 표정을 드러내는 부위가 전혀 없다. 로키의 언어도, 야생동물이 끙끙대는 것 정도이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그레이스는 이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화시켜 자동번역 시스템을 구축한다. 컴퓨터그래픽(CG)인 로키를 상대로 한 고슬링의 1인극 분투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로키는 단지 귀여운 애완 돌이 아니다. 지구처럼 분명한 생태계가 갖춰진 에리드 행성에서, 그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임무를 부여받고 온 우주대원이다. 이야기는 팀워크를 이뤄 타우세리 행성을 탐사하는 버디 무비로 장르가 확장된다. 그 과정이 유쾌하고 귀여운 장면으로 구성되면서 ‘아마겟돈’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의 감정선과는 구분된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제작한 필 로드·크리스토퍼 밀러의 감성이 가득하다. 배경음악(OST)도 한스 짐머류(類)의 음악과 조금 다르다. 우주 영화의 결과 잘 맞으면서도 비장미는 덜어낸 듯하다. 골든글로브 음악상 후보에 수차례 올랐던 영국 작곡가 대니얼 팸버턴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제작비 약 2600억 원이 든 대작이다. 완성도 측면에서는 검증된 할리우드 SF이기에, 승부처는 감성의 영역이 될 것이다. 12세 이상.
이민경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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