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몰락하는 김어준
김어준은 음모론적 서사정치의 기원… 어제의 킹메이커가 오늘 역적으로 몰려 심판대에
여권 권력투쟁 맞물려 친명의 제거 대상으로… 金, 차기 당권 영향력 내세워 반격 모드 돌입
김어준 씨는 진보좌파 계열 정당과 집단에서 교주와 같은 존재였다. 그는 노무현 정권 때에는 왕을 동경한 남자였고, 문재인 정권 때에는 왕과 사는 남자였으며, 이재명 정권에서는 왕을 간 보는 남자다.
그런 그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터져 나온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로 친명으로부터 제거 대상으로 몰렸다. 역대 진보 정권 창출에 기여해온 어제의 킹메이커가 오늘의 역적으로 몰려 심판대에 오르는 형국이다. 김 씨는 즉각 반격했다.
◇음모론의 기원
김 씨는 좌파 음모론의 기원이자, 음모론적 서사 정치의 설계자이다. 사실을 보도하는 대신 진영이 믿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설계했고, 그것을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확산시키는 방식을 반복함으로써 진영에 ‘집합적 열광’(에밀 뒤르켐)을 제공했다. 광우병 괴담, 천안함 좌초설, 18대 대선 개표 부정 주장, 세월호 고의 침몰설,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등에 모두 그가 개입했다.
그는 단순히 음모론을 퍼뜨린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치적 동원 장치로 조직했다. 그의 방송과 커뮤니티에서는 끊임없이 ‘대안사실(alternative facts)’이 폭로됐고, 그것은 곧 진영의 분노와 결집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사실과 해석, 검증과 의혹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흐려졌다. 김 씨의 방송은 뉴스라기보다 집단적 감정 의례에 가까웠다. 청취자들은 정보를 소비하기보다는 공동체의 감정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경험을 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저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에서 패거리정치와 반지성주의가 이런 음모론적 정치 문화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만들어낸 정치 커뮤니티는 바로 그 구조 위에서 작동했다.
그의 음모론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과 좌파 지식인들에 의해 퍼날라졌고,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 뒤 다시 정치권과 지식사회로 돌아왔다. 이 과정으로 음모론은 단순한 주장이나 의혹을 넘어 하나의 정치 생태계가 됐다. 친명 그룹이 지금 김 씨를 공격하고 있는 음모론이라는 게 원래 민주당 진영의 생존전략이었던 것이다.
◇권력이 된 김어준
김 씨는 스스로 정치인도 언론인도 아닌 제3의 위치를 만들어냈다. 그는 정치권 밖에 있었지만, 정치권 내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메타 정치 행위자’다. ‘김어준 음모론’은 보편적 사실과 규범을 부인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나 해체주의 사조와도 관련이 있다. 증오로 무장한 이들에게 괴담과 선정성을 사고파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보 정치권에는 어느새 ‘김어준 생태계’가 형성됐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의 방송에 출연해야 정치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서 그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권리당원 중심의 당 구조가 강화되는 과정에서도 그의 영향력이 상당히 작용했다. 심지어는 이 대통령도 취임 전 수차례 그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진보 정치권에서 김 씨는 더는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었다. 김 씨는 ‘노무현의 죽음’ 이후 그 비극적 기억을 무기로 박근혜 정권의 소멸과 문재인 정권의 창출에 간여했고, 윤석열 정권의 탄핵과 이재명 정권의 탄생에 개입하면서 불가침의 제의적(ritual) 권력을 구축했다.
주류 미디어에서 괴담 생산자로 몰렸던 이들이 뉴스공장이나 딴지일보게시판 같은 ‘김어준 커뮤니티’에서 해방구를 만들었다. 정당정치와 대안 미디어, 당원정치가 결합한 이 구조 속에서 김 씨는 어느덧 당심을 움직이는 ‘상징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왜 지금인가
그렇다면 친명계는 왜 지금 김 씨를 내치려 하는가. 정권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내부의 도전이다. 특히 대통령 권력과 정당 권위가 분산되는 상황은 집권세력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김 씨는 여론을 움직이고 권리당원의 정서를 자극해 정치인의 운명을 좌우할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 특히 지금 민주당 권력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바로 권리당원인데, 이들의 정서를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김 씨다. 외부자인 듯 내부자인 ‘메타 정치 행위자’는 정권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다.
집권 이후 권력의 논리는 달라진다. 김 씨는 야당 시절에는 진영 결집을 위해 필요한 확성기였지만, 집권 이후에는 통제되지 않는 권력으로 보일 수 있다. 킹메이커는 왕이 된 순간 종종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은 바로 그 지점에서 등장했다. 대통령과 친명계 입장에서 이 사건은 김 씨와 거리를 둘 수 있는 명분이 됐다.
친명 주도의 ‘김어준 내치기’는 집권세력 내 권력투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검찰개혁 등을 놓고 여권 내부는 이미 투 톱을 중심으로 몇 개의 전선(戰線)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의 ‘명청 전선’, 김민석 총리와 정 대표 사이의 ‘민청 전선’, 그리고 이 대통령과 김어준 사이의 ‘명어 전선’ 등이 그것이다.
◇김의 반격
김 씨는 오랫동안 보수 권력의 난맥상을 폭로하는 외부자였지만, 이제는 진보 권력 내부에 긴장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됐다. 노무현 시대의 ‘열혈 팬덤’에서 문재인 시대의 ‘동맹’으로, 그리고 이재명 시대의 ‘긴장적 공생’ 관계로 변해온 그의 위치는 어느 순간 권력의 조력자에서 권력의 플레이어로 이동했다.
김 씨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정치 문법은 의심과 폭로, 음모와 서사였다. 그 정치 문법이 지금 자신에게 적용되는 중이다. 김 씨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음모론이 이제 자신을 향한 ‘기요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어준의 시대가 끝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몰락이 아니라, 한국 정치가 만들어 낸 가장 기묘한 정치기술의 퇴장일 것이다.
김 씨는 반격에 나섰다. 그는 16일 유튜브에서 김 총리의 최근 방미에 대해 “대통령 방식의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의 연임을 꾀하는 김 씨가 친명의 차기 당권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는 물론 이 대통령까지 함께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씨가 친명의 공세를 견뎌내며 민주당 상징권력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이는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집합적 열광’이란 제의에서 공동체가 모여 경험하는 강렬한 집단적 감정을 가리키는 개념. 에밀 뒤르켐은 종교적 의례 속에서 개인이 집단과 하나가 되는 감정적 경험을 집합적 열광으로 설명.
‘대안사실’은 특정 그룹이 자신의 정치적 서사를 강화하기 위해 내놓는 ‘대안 서사’. PC주의자나 좌파 포스트모더니스트가 부르는 표현으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라는 뜻을 담고 있음.
■ 세줄 요약
권력이 된 김어준: 김어준은 음모론적 서사 정치의 설계자. 친명이 공격하는 김의 음모론은 원래 민주당 진영의 생존전략임. 정당정치와 대안 미디어, 당원정치의 결합 속에서 김은 당심을 움직이는 ‘상징권력’이 됨.
왜 지금인가: 김어준은 민주당의 야당 시절에는 진영 결집의 확성기였지만, 집권 후엔 통제되지 않는 권력. 정치 플레이어 김어준은 정권의 부담임. 친명의 ‘김어준 내치기’는 집권세력 내 권력투쟁과 밀접한 관련 있어.
김의 반격: 김의 정치 문법인 음모론은 지금 자신을 향한 기요틴이 될 가능성 커져. 김은 친명의 버리기에 반격 모드로 돌입. 김이 민주당 상징권력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판가름날 것.
허민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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