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조짐 속 관세 전쟁과 반도체·희토류 등 공급망 혼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전쟁 때문에 여기에 있어야 해서 한 달 정도 연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 90%를 얻고 있는 중국이 함정을 파견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미룰 수 있다”는 전날의 압박에 이은 것으로, 중동 전황에 따라 회담은 기약하기 더 어렵게 됐다. 한국에 대한 호르무즈 호위 연대 동참 요구도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압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전 전쟁이 끝날 것이란 기대가 사라졌고, 트럼프 2기 출범 후 파상적으로 이어진 미·중 갈등 해소도 어려워졌다. 미·중 관세 및 무역 합의가 유예되면서 AI와 반도체·전기차·희토류 등을 둘러싼 미·중 전방위 경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미·중이 ‘관리된 경쟁’ 단계로 진입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데, 이런 신호의 부재는 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불안정을 부채질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 요소 수출량의 50%, 질소 비료 생산의 핵심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20%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일부 지역에선 벌써 비료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자칫 유가 폭등에 식량 가격 폭등까지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한 달, 전쟁 판도에 따라 미·중 관계도 요동을 칠 것이다. 정부는 중동 전쟁의 경제·안보 리스크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동맹 공조 아래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전후해 김정은과의 회동 기대감을 비치며 ‘자유의 방패’ 훈련을 축소했던 실책을 반복하지 말고, 이런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안보로 전이되지 않게 방화벽을 제대로 세우고 안전벨트도 단단히 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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