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박찬운 前 검찰개혁 자문위원장
2020년 수사권 조정 후 사건암장 심각… 검찰의 교차검증 필요
공소청 검사에 보완수사·요구권 주고 상황 맞춰 선택하게 해야
檢수사권 남용 피해는 0.1%뿐… 99.9% 억울하게 만들면 안돼
징역 5·7년 이상 등 중대범죄 위주 ‘전건 송치’하는 것도 대안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을 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보완수사요구권만 주면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실체적 진실 발견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을 둘러싼 당정 간 이견이 정리되면서 이제 시선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쏠리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사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결정이 어려울 때는 다수에 이익이 되는 방향, 즉 0.1%가 아닌 99.9%를 위한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유지와 전건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 공소청에 송치) 부활이 좌우나 진보·보수, 여야를 떠나 가장 성공적인 검찰개혁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교수는 자신의 확고한 소신이 중립적 법안 준비를 요구받는 추진단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보완수사권 논의가 충분한 숙의나 균형 잡힌 토론보다 감정적 접근이 앞선다며 지난 9일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보완수사권 논의에 직접 뛰어든 박 교수를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법학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성공적인 검찰개혁이란 무엇인가.
“검찰권 남용을 막는 것이 우선이고, 또 하나는 국가의 범죄 억제 기능, 즉 실체적 진실 발견 기능을 약화하지 않는 것이다. 두 목표는 함께 가야 한다. 개혁의 목표는 복잡하면 안 된다. 국민과 시민사회에 너무 복잡한 어젠다(의제)를 던지면 정확한 여론을 형성하기 어렵다. 개혁은 언제나 심플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공소청 검사에게 지금처럼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을 모두 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떤 사건은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문제가 없는 사건이 있다. 그러나 피의자에게 전화 한 통 하면 끝날 사건이나 피의자나 참고인을 보지 않고서는 사건의 진상을 알기 어려운 사건 모두를, 경찰에게 보완을 요구하면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실체적 진실 발견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잘못 기소한 검사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기본적으로 송치된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책임의 원칙’ 아닌가.”
―일각에서는 보완수사권을 존치하면 남용할 것을 우려한다.
“남용 가능성은 모든 수사에 상존한다. 그러나 그것에 맞는 통제장치를 마련하면 되는 것이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우매한 판단이다. 지금 검찰은 수사를 개시할 수 없고, 인지수사도 할 수 없다. 과거 검찰권 남용이 가능했던 권한이 모두 사라졌다. 검찰 보완수사는 경찰 직접수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보완수사는 새 범죄를 발견하는 목적이 아니라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수사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야 억울한 사람이 없지 않겠나. 연간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이 80만 건인데 그 보완을 보완수사요구에 의존하면 경찰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보완수사가 사라지면 피해자가 이의하는 절차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전건송치 부활’도 주장하는데.
“2020년 1차 검·경 수사권조정 때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면서 수사절차가 복잡해졌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불송치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그 사건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 1차 수사권 조정 결과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경찰이 능력이 없어서라거나 고의로 사건을 암장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중복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하지 않고 모든 사건을 검찰로 보내는 전건송치는 크로스체크(교차검증) 차원에서 필요하다.”
―검찰에 이미 사건종결권을 준 상황인데, 절충안이 있나.
“모든 사건을 송치하는 게 좋지만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중대사건’만이라도 전건송치하도록 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중대사건은 사건 범위를 정하면 된다. 대체로 중수청 사건이 될 거다. 경찰 사건도 중대사건 범위를 정하면 된다. 예컨대 범죄 처벌형이 징역 5년이나 7년 이상이면 중대범죄로 해 전건송치하게 하고, 낮으면 현재 불송치 제도를 적용하게 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보완수사권을 놓고 여전히 의견차가 크다.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하나.
“보완수사권은 정치적 고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법 논리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보완수사권 유지와 폐지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순기능이 큰지를 봐야 한다. 즉 ‘공리주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최대 다수의 행복, 최대 다수의 이익이 될지를 놓고 결정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게 다수의 이익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형사사건의 99.9%는 일반 형사사건인데 이 사건들은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이 일정 보완수사를 거친 다음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프로세스로 진행해왔다. 이들 사건은 검찰권 남용과는 관계가 없다. 나머지 0.1% 혹은 1%가 안 되는 사건이 검찰이 인지수사와 직접수사를 함으로써 종종 검찰권 남용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 소수의 사건 때문에 수십 년간 특별히 문제가 없었던 형사절차인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것은 다수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물론 소수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선 확실하게 방지책을 만들면 된다. 보완수사를 남용하지 않도록 두 겹 세 겹 자물쇠를 채우면 된다.”
―검찰이 가진 수사역량을 보존·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예를 들어 대형 금융비리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이 담당하고 있다. 이 수사역량이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수많은 직접수사를 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거다. 이러한 수사능력 자체는 폄훼할 수 없다. 이런 수사역량을 보존할 필요가 있어 만들어지는 게 중수청인데, 이곳으로 우수한 검사와 수사관들이 옮겨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호사들 뽑아 중수청을 채우면 된다지만 수사역량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당 강경파는 여전히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한다.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들의 선의를 이해한다. 그들이 검찰개혁을 위해 노력했기에 여기까지 왔다.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개혁의 주된 방향성이라는 것도 동의한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교조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검찰개혁의 방향성은 될 수 있지만 벗어나면 안 되는 궁극의 목표라고는 볼 수 없다.”
―수사·기소 분리가 왜 교조화됐나.
“검찰권 남용 피해를 겪은 이들은 ‘검사 수사권 박탈=검찰개혁’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 진행된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검찰은 단순히 개혁의 대상이 아닌 부정의 대상이 됐고 급기야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검찰 악마화’가 자리 잡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99.9% 사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검찰 보완수사 권한까지 없애자는 건 너무 나아간 주장이다.”
―중수청이나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살아 있는 권력이나 거대 부패를 수사할 수 있을까.
“3개 기관은 경쟁 관계이면서 협력을 통해 대형 중대범죄를 처리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특검을 통해 사실규명을 할 수도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과거 수사기관이 경찰, 검찰로 단순했는데 3개가 되고 경우에 따라 특검도 생기게 되면 오히려 수사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 미룰 수도 있고 절차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갈 것이다. 수사기관 간 과열경쟁 등으로 윤석열 내란사건에서 보듯 자칫 위법수사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검찰개혁을 잘못하면 정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검찰개혁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다. 잘못 개혁했다가는 국민의 원성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내주게 될 정도로 파급력이 클 것이다. 정권을 유지하고 싶다면 검찰개혁에서 정치논리와 법논리를 뒤섞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잘 만들어서 국민이 호응하면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제도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검찰개혁을 잘하는 것이 정권을 길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위원들 집단사퇴 이어 위원장까지 사임… 檢개혁자문위 사실상 좌초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반발
16명으로 출범했지만 9명 남아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가 위원 집단사퇴에 이어 위원장마저 사임하면서 남은 기간 동안 반쪽으로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개혁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논의를 앞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관련 논의의 키를 쥔 자문위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문위는 지난해 10월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 16명으로 구성·출범했으나 현재는 9명만 남아 있다. 자문위원 6명은 지난 1월 추진단이 공개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에 대해 반발하며 사퇴했다. 자문위원장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9일 검사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등을 둘러싼 논의구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사임했다. 박 교수는 “위촉 전부터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하고 전건송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온 사람”이라며 “검찰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내 소신을 여러 통로를 통해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진단 활동 기간은 중수청·공소청 출범을 앞둔 오는 9월 30일로 6개월 이상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추진단은 공석인 자문위 위원장을 새로 임명하거나 부족한 자문위원을 충원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나선다. 하지만 검찰개혁 최대 쟁점인 보완수사권 문제는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하기로 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정부·여당 간 이견이 재발할 경우 자문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검사 보완수사권 존치와 관련해 정부는 예외적인 경우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경파는 ‘완전 박탈’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를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1월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정부안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자문위 의견이 다수 포함되지 않아 자문위가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리에 밝히기도 했다. 당시 자문위는 중수청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 ·내란 및 외환 범죄 등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황혜진 기자, 김군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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