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민의 Deep Read - 공소취소와 법치주의

 

쌍방울대북송금 사건서 ‘李 제3자뇌물’ 유력증거… 섣부른 공소취소는 실정법 위반

검찰 조작기소 판단 여부는 법원 몫… ‘법이 통치자에 앞선다’는 사회적 합의 준수돼야

최근 공소취소 논란의 중심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에 피의자로 연루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현행법 체계로 볼 때 공소취소는 진범의 검거와 같은 무죄의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는 경우처럼 더 이상 공소유지를 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사라졌을 때가 아니라면 성립되지 않는다.

검사가 소추재량을 일탈해 공소권을 남용했는지,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조작기소였는지 여부는 정치권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나아가 소추재량을 일탈한 무책임한 공소취소 역시 공소권 남용이 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의 이해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국가소추주의와 기소독점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범죄자의 처벌을 구하는 공소 제기 권한과 이를 수행할 권한을 국가기관 중 검사만이 갖는다는 의미다. 검사의 공소 제기가 없는 한 법원은 당해 사건에 대해 심판을 할 수 없고(불고불리의 원칙), 법원의 심판 범위도 검사의 공소 제기에 의해 결정된다.

기소독점주의는 공익의 대표자이자 법률전문가인 검사에게 공소권을 맡김으로써 적정한 공소권 행사를 보장할 수 있고 공소 제기의 전국적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검사의 자의와 독선에 따라 행사될 위험성이 있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소권 행사가 정치권력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공소취소는 법원에 대해 일단 제기한 공소를 철회하는 소송행위를 의미한다(형소법 제255조 제1항). 검사의 잘못된 공소 제기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인 동시에 공소 제기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정에 대처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기능도 갖고 있다.

공소취소는 1심 판결 전까지 할 수 있다. 다만 진범의 검거 등 무죄의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거나, 법령의 폐기 및 위헌 결정 등 더 이상 공소를 유지할 이유가 없을 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5년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재판 중인 사건을 일괄적으로 공소취소한 것이 대표적이지만 실무상 공소취소 사례는 거의 없다.

◇공소취소와 공소권 남용

대법원은 “검사의 소추재량은 검사로 하여금 객관적 입장에서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형사소추의 적절성 및 합리성을 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므로 스스로 내재적인 한계를 가지는 것이고,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소추재량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 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8도10447 판결 등).

그러나 소추재량을 현저히 일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또한 판례는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활동’ 모두가 검사 소추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하고 있어, ‘소추재량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취소’ 역시 공소권 남용으로 봐야 한다.

최근 공소취소 논란의 중심에는 이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연루돼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있다.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의 형이 확정된 이화영 씨 사건에서 쌍방울의 불법 대북송금 중 300만 달러가 당시 경기지사인 이 대통령의 방북 등을 위한 비용 대납 성격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제3자 뇌물혐의’로 재판 중인 이 대통령의 유력한 유죄증거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를 한다면 공소권을 현저히 남용한 경우가 되어 법왜곡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공소취소와 법치주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한병도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당 공식 기구를 출범시켰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105명의 의원이 참여한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과는 별개 기구다.

집권여당의 이러한 행태는 사법제도와 현행법을 정면 부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조작기소였는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어준 씨 유튜브 출연자 장인수 씨의 ‘공소취소 거래설’도 논란거리다. 장 씨의 주장은 이 대통령 측이 대통령 공소취소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놓고 딜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장 씨와 김 씨 측에서 증거를 내놓지 못함으로써 가짜뉴스 음모론으로 끝날 전망이지만, 국가의 근간인 형사사법제도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후진적이다.

법치주의는 ‘법이 통치자에 앞서며 그의 행동을 적시에 통제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다. 즉 통치자가 아니라 법이 주권자이며, 통치자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권력을 확보한 한에서만 정당성을 얻는 것이다. 법을 따르는 까닭도 법이 근본적으로 공정하고 법 집행도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 파괴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법은 큰 파리는 잡지 못하고 작은 파리만 잡는 거미줄”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는 정치적 논란을 넘어 ‘유권무죄 무권유죄’ 시비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던 집권여당의 입법 폭주는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에 있어서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8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은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한 경찰국가화가 불러올 사회적 파장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개혁의 이름으로 집권여당이 강행 처리한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가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면, 이는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의 정면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 논란은 검사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라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독약은 금잔에 담겨 나오는 법이다. 모든 것이 합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법에 의한 지배’이고 헌법과 법치주의의 파괴이며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위기다.

변호사,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 용어설명

‘소추재량’이란 검사가 범죄 구성요건을 검토해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 재량행사가 법의 원칙을 벗어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되면 소추재량 일탈로 보아 공소권 남용이 됨.

‘공소취소’는 검사가 제기한 공소를 철회하는 행위. 재판이 진행되는 뒤에라도 더 이상 소추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공소를 철회하는 절차이며, 형사소송법 제255조에 근거함.

■ 세줄 요약

형사소송법의 이해: 공소취소는 공소를 철회하는 소송행위. 진범 검거 등 무죄의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는 등 공소를 유지할 이유가 없을 때 하는 것. 2015년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일괄 공소취소한 것이 대표 사례.

공소취소와 공소권 남용: 판례에 따르면 소추재량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취소도 공소권 남용으로 봐야.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대통령의 제3자 뇌물 유죄증거가 나온 상황에서 섣부른 공소취소는 법왜곡죄 등에 저촉될 가능성.

공소취소와 법치주의: 법치주의는 ‘법이 통치자에 앞선다’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함. 대통령 공소취소 논란은 검사의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라는 데 더 큰 심각성 있어. 자칫 헌법·법치주의의 파괴로 이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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