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서 일가족 5명 숨진채 발견

 

7·5·4세, 생후 5개월 키우던 아빠

“생활고·육아 힘들다” 유서 남겨

일용직 근무하다 최근 무직상태

올 2월 건보료 100여 만원 체납

긴급지원금 등 月 400만원 받아

행복했어야 할 집인데…

행복했어야 할 집인데…

지난 18일 초등학교 1년생, 미취학 아동 3명, 30대 아버지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독자 제공

울산=곽시열 기자

석유화학업 불황으로 산업위기를 겪고 있는 울산의 한 빌라에서 30대 가장이 4명의 미성년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사망 전 교육 당국과 경찰을 통해 위험신호가 발견됐는데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 다만, 생활고 등을 이유로 아이들을 살해한 아버지의 비정함과 무책임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19일 울산경찰과 울주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0분쯤 울산 울주군 온산읍 한 빌라에서 30대 아버지와 미성년 아이 4명이 경찰과 울주군청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이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니, 집 안에는 연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숨진 아이는 초등학교 1년생(여·7), 미취학 아동 3명(여·5, 여·4, 남·생후 5개월)이어서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다.

사건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 16일부터 3일째 등교하지 않아 담임교사가 112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는 집 내부에 연탄이 피워져 있었고, 5명이 모두 한 방에서 숨져 있었다.

이들의 비극은 이달 초부터 전조를 드러냈다. 지난 3일 입학해야 할 아이가 6일까지 4일간 학교에 나오지 않아 학교 측에서 가정방문을 하면서 아버지가 혼자 아이들을 어렵게 키우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학교 측은 아동방임 등이 의심돼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경찰과 울주군 측은 다시 현장을 방문, 아동학대 등을 조사했으나 멍 등 신체학대가 없었고, 아이들의 표정, 옷 상태 등이 양호한 점으로 미뤄 아동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돌아왔다.

이후 초등생은 1주일여간 학교에 다녔으나, 16일부터 18일까지 다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틀 전인 16일쯤 이들이 모두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측과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첫 방문 당시, 보다 철저한 조사와 상담이 이뤄졌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경찰은 A 씨가 생활고와 육아 부담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A 씨는 한때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최근에는 지역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는 지난해 12월부터 함께 살지 않아, 혼자 4명의 아이를 키워야 했다. 올해 2월에는 건강보험료 100여만 원이 체납된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 A 씨는 유서에도 ‘경제적 어려움도 있고, 혼자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을 남겼다.

A 씨는 지난해 2월부터 4월 사이 울주군에 긴급지원금을 신청, 매달 생계지원비로 218만6500원, 주거지원비로 50만 원을 받았다. 부모급여와 아동수당으로도 매달 140만 원씩을 지원받았다. 울주군은 지난 2월 가정방문에서는 기초생활 수급과 한부모 가정 지원 신청을 독려했으나, A 씨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도시 울산은 최근 석유화학업계 어려움으로 남구가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근로자 고용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늘어나는 실직자에 대한 촘촘한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시열 기자
곽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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