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수집가의 시대
송수진 지음┃청림출판
소비행동학자인 저자가 Z세대를 ‘경험수집가’라는 새로운 소비 인류로 규정하고, 이들의 선택에 가장 큰 동인이 되는 것들을 찾아 분석한다. 나아가, 기업과 마케터들, 혹은 기성세대가 이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까지 제시한다. 우선, 종종 뉴스에 오르내리는 Z세대의 소비 방식, 혹은 이와 관련한 현상을 떠올려 보자. 이들은 비싼 돈을 내고 미슐랭 레스토랑에 가고, 팝업스토어나 블루리본 카페 앞에서 수십 분씩 줄을 선다. 단순히 음식 맛 때문일까?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저자는 이 행위의 가장 큰 이유는 특정 공간과 형식, 서사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경험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이는 Z세대가 세상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방식이다.
Z세대가 ‘경험수집가’가 된 배경엔, 역설적으로 우리가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초효율의 시대’에 산다는 사실이 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효율의 트랙’을 선호하면서도, 자꾸 이탈하려는 욕망을 품고, 해소하기 위해 애쓴다고 말한다. 예컨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긴 대기를 마다치 않으며, 굳이 수백 개의 계단을 직접 걸어 오르며 땀을 흘리는 식으로. 그러니까, 경험은 일종의 ‘리추얼(의례)’이다. 저자는 효율이 극대화된 시대일수록 인간은 자신의 감각이 살아있음을 증명할 ‘불편한 경험’을 갈구한다고 말한다. 부를 과시하기 위한 소유는 이미 오래전에 소멸했다. 그렇다면, 이제 물건은 어떤 의미인가. 책에 따르면, 물건은 그것이 제공하는 ‘경험의 무대’ 장치로서 기능한다. 한마디로,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어떤 순간을 통과해왔는가”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인 시대다.
트렌드 보고서로서 책은 소비 시장을 보는 시선을 바꿔준다. 그곳은 이제 물건이 아니라, 고객이 주인공이 돼 활약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곳이다. 소비자를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가꾸려는 ‘탐험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책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곱씹을 만한 지점을 안겨준다. 특히, ‘불편함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 그렇다. 저자는 “최적화된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면서, 사람들이 굳이 몸을 움직이는 이유를 “자신의 능동성을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Z세대들의 ‘경험’이라고 하는 것은,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거세된 ‘인간의 감각’을 회복하려는, 우리 모두의 몸부림인 것이다. 240쪽, 1만7000원.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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