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상식·규범 뒤집히는 혼돈 세상

김어준·고성국 여야 대표 위에

법왜곡죄 중대한 요인 중 하나

 

권력 현실 바꾸면 인식도 변화

‘황당 법안’ 이상하지 않게 돼

선거 권력 재조정 유일한 수단

난세(亂世)다. 상식과 규범이 무너지며 발생한 혼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보다 김어준, 고성국이 센 것은 상징적이다. 국민에게서 나오던 권력이 유명세에서 나온다. 경찰과 판·검사는 고소·고발이 두려워 범법자를 겁낸다. 분쟁이 생기면 변호사보다 권력자를 먼저 찾는다. 사회가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 선택’이 아니다. 정권을 차지한 세력이 만든 무질서다. 무능과 자중지란으로 방관하는 야당은 공범이다.

난세 요인 중 하나가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호로 고발당한 것은 정상 국가에선 엄청난 나라 망신이다. 대법원장은 대통령, 국회의장 다음의 국가 의전 서열 3위다. 그런데 국민은 조 대법원장을 피해자라 생각한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으냐”(정 민주당 대표)는 등 집권 여당 인사들은 그를 쫓아내려 온갖 모욕을 줬다. 국가 의전도, 체면도 뒤집혔다. 사법 독립이란 민주주의 원칙은 무너졌다.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직접 선출 권력, 그다음은 간접 선출 권력”이란 말 그대로였다.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규범의 역전이다.

지난 12일 법 시행 이후 경찰, 검사, 판사 등 사법기관 관계자에 대한 고소·고발이 잇따른다. 수사에 불만이 있으면 경찰을 고소하고, 그 경찰을 수사한 경찰이나 검사, 그리고 재판을 한 판사까지 고소하는 ‘무한 루프’식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 범법자가 경찰과 검·판사를 농락하고, 사법 관계자가 범죄자 눈치를 봐야 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기에 약자를 우선하는 법 정신도 깨졌다. 법은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 이후 입법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 법안보다 의도가 더 불순하다.

수사와 재판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면 재심을 청구하면 될 일이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 대통령이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그래야 하고, 오해를 살 일은 하지 않는 게 상식과 규범에 맞다. 지금은 정반대다. 대장동·대북송금 등 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검찰의 공소 취소를 압박하는 여권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제도 변경이 꼭 필요하다면 설득과 공론화,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게 민주주의인데, 민주당은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폭주 중이다.

대통령이 SNS에 특정 보도를 콕 집어 ‘가짜뉴스’라고 지적하면 관련 단체나 웬만한 언론사는 놀라 경기를 일으킨다. 꼼꼼한 검증과 취재를 하기보다는 발표와 보도를 아예 포기한다. 미운털이 박힐까 겁이 나 정권과 연줄이 있는 사람을 구한다.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하려 한 게 아닌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언론 자유는 진실뿐 아니라 오류도 함께 퍼뜨린다’는 말이 있다. 비판적 보도 자체를 위축시키는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더 큰 손실을 남긴다. 팩트 왜곡죄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사용자와 노동자 기준을 모호하게 만든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진짜 사용자, 대통령 나와라”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이 계약 원칙과 경제 상식을 뒤집어 놓았다.

“권력은 단순히 억압하지 않고 사람이 무엇을 정상이라 생각하게까지 만든다”(미셸 푸코). 권력이 현실을 바꾸면 사람의 인식도 변한다. 이젠 민주당이 황당한 법을 만들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견제 없는 권력의 힘 덕분이다. 처음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일도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결국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두려운 변화다. 난세는 제도가 흔들리고,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만들어진다.

무질서는 질서를 향해 움직이고, 불균형은 균형점을 찾으려 하는 게 이치다. 민주당에 편중된 정치권력은 언젠가는 복원력을 발휘해 균형점을 찾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다. 선거는 권력을 재조정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지만, 그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6·3 지방선거는 민주당에 더 많은 권력을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야당 상황을 보면 난세는 보수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유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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