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당국, 대전 화재 합동감식

 

年2차례 소방 자체점검만 실시

반복된 노조 경고 사측이 묵살

‘사후약방문식 대응’만 되풀이

“위험한 환경” 화재후 잇단 고발

 

경찰, 오전 회사본관 압수수색

처참한 현장으로…

처참한 현장으로…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참사 현장에 합동 감식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대전 = 김창희 기자, 전세원 기자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안전공업 화재는 건축물 무단 증축과 안전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판명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경고한 위험 요소를 제때 처리하지 않다가 대형 참사가 터지고, 정밀 합동 감식 결과 관리 소홀 책임이 드러났으며, 당국은 매번 비슷한 대책을 내놓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화재가 발생한 지 4일째인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부와 소방당국은 유가족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경찰청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도 오전 9시부터 안전공업 본관을 압수수색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화재 예방 조치와 비상 대피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망자 9명이 발견된 2층 복층 공간이 도면에도 없는 무단 증축으로 이뤄진 경위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4차 회의를 열어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화재를 놓고 금속가공 공정에서 생긴 절삭유와 세척유 찌꺼기가 심지가 돼 불법 증축 건축물이 유증기로 가득 찬 ‘가스실’로 변해 버린 정황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예고된 인재였다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안전공업에서 일했다는 A 씨는 화재 직후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절삭유가 증기 형태로 작업장 전체에 퍼져 있었다”면서 “퇴근하고 나면 안경 렌즈에 기름막이 낄 정도였고, 작업 중에는 사실상 호흡기로 계속 흡입되는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위원장은 전날 공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복적으로 제기한 안전 경고와 현장에 대한 지적을 사측이 묵살해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안전공업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 밸브를 연간 1000억 원 넘게 수출한 공로로 지난해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작업 환경이 열악한 데다가 공정 과정에서 화재 위험이 컸던 탓에 전·현직 근로자들은 사명에만 ‘안전’이 들어가고, 근로자를 지켜줄 실질적인 안전 대책은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전에 파악조차 못 한 소방당국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회사에 대해서는 자체 점검만 이뤄졌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전날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불이 난 건물은 자체 점검 대상으로, 연간 상하반기 2회 점검하고 소방에 통보해 지적사항이 있으면 시정을 지시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유족·부상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 77건을 실시했다.

김창희 기자, 전세원 기자
김창희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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