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모 ‘있음과 없음’, 640×4×210㎝, 스테인리스스틸 망, 2018.
박승모 ‘있음과 없음’, 640×4×210㎝, 스테인리스스틸 망, 2018.

박승모 작가의 작업을 보면 일루전(illusion)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평면 위에서 입체감, 거리감을 구현하는 환영(幻影)을 ‘현대’는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소통의 근간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더 발전시켜야 할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싸맴’과 ‘엮음’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싸맴’은 사물의 형태를 감싼 모델링으로 초기의 양식이다. 피아노, 모터사이클, 조각상 같은 오브제를 금속 띠로 래핑한 것 같은 상태다. 안과 밖의 상호작용과 역설이 흥미롭다. 내부에 있음 직한 대상, 그리고 감싸고 있는 외면…. 실재의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감출수록 우리의 상상력은 더 활발해진다.

‘엮음’은 근래의 양식이다. 전통 갓 같은 투명한 망상(網狀) 조직 위에 이미지가 구현되며, 레이어가 증가할수록 깊이가 더해진다. 초기에 ‘닫힘’으로 유희했다면, 여기서는 ‘열림’으로 소통한다. 이미지의 평면 여부를 살피고, 연후 의자의 의미를 상상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문명의 카오스를 말하고 있는 걸까.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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