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견해를 유지하는 가운데,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도 강제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표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위원과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공개된 새 고교 검정 교과서를 현행 교과서와 비교·분석한 결과 제국서원 ‘세계사탐구’ 교과서에서 기존 ‘노동자가 강제로 연행됐다’는 표현이 ‘징용·동원됐다’로 수정됐다. 짓쿄출판의 새 세계사탐구 교과서에서도 조선인과 중국인 강제노동 관련 서술이 기존 ‘힘든 노동에 종사하게 됐다’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였다’로 변경됐다.
이 같은 표현 변경은 일본의 가해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국회 답변서를 통해 조선인 ‘연행’ 또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징용’이라는 용어 사용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교과서에서 ‘연행’ 관련 표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번 검정 과정에서는 새 지리·역사, 정치·경제 교과서 가운데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도 문제나 근대사 서술에서도 일본 정부가 자국에 불리하거나 오류가 있다고 판단한 기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는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정부 견해를 고려해 서술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입장을 반영하면 검정 과정에서 추가 수정 부담이 줄고 학교 채택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익 성향으로 평가받는 레이와서적의 역사·지리 고교 교과서 4종은 이번 검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문부과학성은 해당 교과서가 중학교 교과서와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일부 국어 교과서에 일본군 가해 행위를 묘사한 작품이 수록된 채 검정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지쿠마쇼보 교과서에는 요시다 미쓰루의 ‘전함 야마토의 최후’가, 메이지서원 교과서에는 일본군의 민간인 살해를 다룬 소설 ‘야화’가 각각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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