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고유가 문제를 넘어 ‘불확실성 쇼크’에 경제 전체가 얼어붙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과거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를 모두 합친 수준”이라며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경고했다. 24일에는 우리 LNG 수입의 15%를 차지하는 카타르가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당장 단기 현물시장에서 값비싼 가스를 사올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가스·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5일 0시를 기해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시행에 들어갔다. 또 25조 원 규모의 ‘전쟁 추경’ 편성과 나프타 수출 금지를 포함한 전방위 방어막 구축에 나섰다. ‘산업의 쌀’인 나프타 공급망이 무너지면 석유화학을 넘어 자동차·가전·섬유 등 국가 주력 산업 전반이 도미노 타격을 입게 된다. 원가 상승은 물론 생산 차질까지 빚어질 수 있다. 이미 시장에는 쓰레기 종량제 비닐봉투 사재기 괴담이 나도는 등 공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청와대는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했다.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본부를 운영하면서 “국민도 에너지 아껴쓰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며 수요 관리에 나섰다. 에너지 절약은 제2의 에너지 생산 효과가 있는 만큼 당연한 조치다. 한국은 94%의 에너지를 수입하면서, 일본에 비해 1인당 에너지 소비는 1.7배나 많다. 수요 억제를 위해선 가격 신호부터 풀어주는 게 우선이다. 지금이라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중단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차제에 ‘에너지 믹스’ 재조정에도 나설 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악영향으로 3월 현재 원전 이용률은 60% 후반까지 떨어져 있다. 2015년의 85.3%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원전 5기가 40년 설계 연한에 걸려 연장 허가를 받느라 멈춰 있고, 정비 중인 5기까지 합쳐 국내 원전 26기 중 10기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LNG 수급 위기 상황에선 기저부하인 원자력 발전량을 늘려 LNG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화석연료 위기에 맞서 전력망을 사수하고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줄이는 방안이다. 비상시엔 전방위 비상 대책을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환경 원리주의에 발목을 잡혀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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