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달러대비 환율 5.9%↑

유로·엔화보단 4.3% 올라

이스라엘 화폐도 가치 상승

 

韓 중동 원유 의존 영향 커

확장재정 부작용 우려감도

지난달 하순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43개 대비 41개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하더라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최근의 환율 급등을 글로벌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주요국 통화의 대(對)원화 환율’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부터 24일까지 원화는 43개 통화 중 41개 통화에 대해 가치 절하됐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5.97% 급등한 가운데 유로(+4.31%), 일본 엔화(+4.39%), 영국 파운드(+5.57%), 중국 위안(+4.98%) 등 대부분의 주요 통화에 비해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통화는 러시아 루블(-0.54%)과 이집트 파운드(-2.93%) 두 개뿐이었다. 다만 러시아 루블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이미 구조적 약세 기조에 있었고, 이집트는 전쟁 인접국으로서 수에즈 운하 수입 감소·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둘을 제외하면 미국·이란 전쟁 이후 원화가 세계 주요국 통화 대부분에 비해 약해진 셈이다.

정작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의 셰켈은 원화 대비 6.34% 상승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이스라엘 경제의 펀더멘털이 통화 가치를 뒷받침해 주는 데다, 전쟁의 군사적 성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텔아비브 증시는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전쟁 발발 후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다른 신흥국 통화들보다도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에너지 수입 구조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에 전쟁 이전부터 누적돼 온 자본 유출 압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중동 의존도는 약 70%에 달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에서 들여오는 원유는 연료 용도 외에도 수출 제조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고유가가 산업 전반에 타격을 미치기 때문에 원화 가치도 국제 유가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돈 풀기’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정학적 불안 외에도 재정·통화 정책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구조적 원화 약세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2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집행되면 환율·물가가 더 올라 돈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힘들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493.0원으로 출발해 오전 11시 현재 1493.6원을 기록 중이다. 미국이 이란에 한 달간의 휴전을 제안했다고 알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4일 야간거래에서 1499.9원으로 마감하며 1500원 턱밑까지 차오르는 등 변동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조재연 기자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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