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대통령님께 보고드린다. 검찰청은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 해체에 따른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의 20일, 21일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 후속 행사인데,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 무슨 큰 대의로 추진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복수나 원한 갚음이었다는 ‘자백’으로 들려, 집권당 대표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인다.

참배 때 눈물도 훔쳤던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도 열어 “노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뜻을 계속 이어가겠다”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이 자행한 조작 기소의 진상을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히고 진실을 바로잡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 재판의 검찰 공소취소를 압박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노무현 뜻’을 이어가는 것으로 오도할 수도 있는 견강부회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건 맞지만, 아예 없애버리는 것까지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하물며 헌법에 규정된 기관을 하위 법률로 폐지하는 위헌 논란까지 있음에야…. 정 대표를 비롯한 여당 강경파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검찰을 해체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팔고 있다는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의원의 지적이 맞는 것 같다. 곽 의원은 “사적 욕망을 위해 노무현이라는 상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노무현의 정치를 따르겠다고 하면서 조롱하는 분들이 참 많다”고 질타했다.

곽 의원은 정 대표 등이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무리한 검찰청 폐지를 추진한다고 비판하는데, 그들의 속셈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으로부터의 사정(司正)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자 한 것일 수 있다. 검찰을 없애고 공소청 검사에게 기소권만 남기면 여당 의원들이 범죄로 처벌받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김병기·전재수 의원 경찰 수사를 보면 실제 그럴 것 같다. 여당 의원들이 중수청법 정부안을 수정하면서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에서 자신들이 잠재적 피의자인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를 빼는 민망한 일을 벌인 것도 그런 추측에 힘을 싣는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