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태세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워 당 투 톱이 연일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태업을 좌시할 수 없다”면서 “여당으로서 책임과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100% 민주당이 맡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상임위 배분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작동 원리가 아닌 국정 발목잡기용으로 전락한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 발언을 야당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위협용 카드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미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배분이 지연되자 짧은 기간이기는 하나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져갔다. 재판소원·법 왜곡죄 도입 등 사법개편 법안 처리에서 확인되듯 22대 국회 들어 민주당은 ‘하겠다’고 마음먹은 걸 포기한 적이 없다. 합리적인 비판이나 정당한 문제 제기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당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관례이고, 원내 제2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은 게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여당의 폭주를 막을 명분이 되지 못한다.
흥미로운 건 6·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여당이 공공연히 독식론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정당은 통상적으로 선거를 앞두고는 오만하거나 교만해 보일 만한 행위를 자제한다. 독단, 독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속내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정책이나 정치적 태도를 여야 모두 취해 왔다. 민주당이 반대로 행동한다는 건 그만큼 이번 선거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의힘이 ‘계엄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대고 있어서다. 여당이 다소 잘못을 하더라도 유권자가 보수 야당을 대안 세력으로 인정하고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20%포인트 넘게 벌어져 있지 않나.
민주당의 시선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다른 곳을 향해 있다고 봐야 한다. 5월부터 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 원내대표, 당 대표를 연이어 선출한다. 지지층을 의식한 주자들이 앞다퉈 독식론을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당장 투 톱부터 그렇다. 정 대표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이 예상된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를 소화하는 한 원내대표 역시 재도전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장 후보군도 참전했다. 조정식 의원은 “후반기 원 구성을 또다시 정쟁의 인질로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고, 박지원 의원은 “입법 전쟁 해소가 민주주의”라고 강변했다. 전당대회에는 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시행되고, 원내대표·국회의장 선거에는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된다. 한 여권 중진은 야당과의 관계를 설명하다가 “협치? 우리 지지자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게 여당에서는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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