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1.2만건 체결 그쳐
매물 줄고 갱신 계약만 늘어
양도세·보유세 강화 예고 영향
임대인들 월세로 전환 빨라질 듯
서민 주거사다리 상실 우려감 확산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월세 없이 보증금만 내면 되는 ‘순수 전세거래 신규 계약’ 건수가 1년 새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보증금만 내고 4년(2+2년)간 거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순수 전세 시대’가 이제 저물고 있다는 얘기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 온 순수 전세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신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반전세나 순수 월세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5일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순수 전세 신규 계약’ 건수는 1만250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3건 대비 약 38% 줄었다. 갱신권 사용 전인 신규 전세 계약 건수가 급감하면서 앞으론 다달이 주거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남의 집살이조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년 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건수는 2만8768건에서 1만6826건으로 1만 건 넘게 감소했다.
순수 전세 품귀 현상에는 정부가 예고한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을 보유하거나 팔 때 세금을 무겁게 매기면 집주인은 늘어난 세금을 임대 수익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순수 전세 매물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매수자가 즉시 실거주해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파로 서울 지역의 신규 전·월세 물건이 감소하자 재계약을 하고 눌러앉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3일 집계 기준 올해 1∼3월에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갱신 계약 비중은 48.2%다. 이는 지난해 갱신 계약 비중이 평균 41.2%였던 것에 견줘 7%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 3월의 갱신 계약 비중은 51.8%로 신규 계약보다 많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출 규제로 집을 못 사고 전세로 눌러앉는 가구가 늘고 있고, 집주인의 세 부담 체감도는 높아지면서 새로 나오는 임대차 물량은 주로 반전세나 월세”라며 “월세를 내지 않는 전세는 주거비 부담이 월세에 비해 15%가량 적지만, 매물 부족으로 실수요자 선택지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간은 길어지고, 주거 비용만 늘어난다. 고 원장은 “정책 여파로 민간 아파트 시장에서 순수 전세가 사라지면 공공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 줘야 한다”며 “계획만 발표하지 말고 구체적 액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상황’에서 높은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 주택 가격이 최근 다주택자 등에 대한 규제 강화 계획 발표 이후 상승 폭이 축소되고 가격 상승 기대도 약화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전·월세거래량은 지난해 12월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월 기준으로 66.8%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전·월세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주택시장의 장기적인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계속 이어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현 기자, 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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