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나오기 시작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 논란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인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의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이 쏟아지는데, 정부 당국자들도 거드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선거 이후에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반도체 국가산단 이전 반대’ 현수막이 내걸리고, 출마 희망자들은 공장 이전 저지를 최대 공약으로 내세우는 일도 벌어진다.
전남광주통합시장 예비후보인 김영록 전남지사는 5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단 유치를, 경쟁자인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하이닉스 글로벌 기업 유치”를 공약했다. 충북지사 예비후보인 노영민 전 의원은 “취임 후 100일 내 삼성 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구미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유영하 의원은 삼성반도체 유치를 약속했다. 반도체 공장은 그냥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용수 공급과 전기,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 등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노하우를 공유한 협력업체와 장비·소재 공급망이 한 곳에 어울어진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월 반도체전략회의에서 “반도체는 수도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기 용인·평택 등 기존 수도권 클러스터를 넘어 중부권과 영호남을 잇는 이른바 ‘반도체 K벨트’의 확장을 언급해 반도체 지방 이전 필요성을 시사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호남발전특별위원회 구성과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한 반도체 기업 유치를 강조했다. 지난 1월 청와대는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고 했지만, 진행 과정을 보면 믿기 어렵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옮기라고 한다고 옮겨지나. 다만 설득이나 유도할 수는 있다”고 해 여지를 남겼다.
공장 입지는 기업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다. 정치권력이 개입해 기업의 팔을 비트는 식이 되면 기업 경쟁력도 국가 경쟁력도 훼손된다. 피 말리는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특정 지역에 일부 공장을 옮기는 ‘성의 표시’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퇴행적 정치 행태에도 대한민국이 이만큼 버티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 덕분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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