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범철의 Deep Read - 이란전쟁과 출구전략

 

이란의 ‘핵 개발 - 원유 위안화 결제 따른 페트로달러 체제 위협’에 군사작전 단행

트럼프, ‘배드 딜’보다 ‘노 딜’ 선호… 韓, ‘힘을 통한 평화’가 안보과제임을 인식해야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소식이 들린다. 아직은 혼란스럽지만 전쟁의 출구가 모색되는 국면이다. 원유 가격의 급등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든 이란전쟁, 왜 일어났고,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셈법은 무엇인가.

◇ 전쟁의 시작과 전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이유는 핵 위협 때문이다. 이란은 6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450㎏가량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90% 이상의 무기급은 아니어도 곧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은 이란에 고농축 우라늄 반출을 요구했지만, 이란이 거부하자 공습을 단행했다.

핵을 보유해도 동아시아의 최빈국에 불과한 북한과 달리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중동의 패권국가로 우뚝 서게 되며, 원유시장을 좌우할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이란의 핵무장은 전쟁을 감수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핵심 안보 과제였다.

이란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며 위안화로 결제한 것도 미국이 군사작전을 결정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다. 원유 결제를 미국 달러로 함으로써 기축통화 지위를 이어갈 수 있게 한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이 발생하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급감하므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력 사용을 결심하게 됐다. 이스라엘의 요청이 비록 전쟁의 본질은 아니라 하더라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전쟁 초기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이란을 무력화했다. 군사력 평가 기업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는 2026년 이란의 군사력을 세계 14위로 보았다. 이스라엘이 바로 위인 13위였는데, 한 단계 아래인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보여준 힘은 미미했다. 비록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인접 국가의 민간 시설까지 공격하며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주었지만, 교전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미군과 이스라엘군에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 좋은 거래, 나쁜 거래, 무거래

일부에서는 이란이 대등하게 싸우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전장의 현실은 다르다. 그 대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 19세기 독일의 군사 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전쟁은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장’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유가 상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든다. 값비싼 유조선이 폭이 좁은 해협을 지날 때 단순한 로켓포로도 위협받을 수 있기에, 첨단 군사력을 보유했다 해도 지상군 투입 없이 모든 위협을 제거하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지상군을 투입하게 되면 전쟁이 길어지고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며, 이런 상황들은 중간선거에 악재가 된다. 군사적인 압도에도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조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능력 제거를 강조해 왔지만, 실제 협상은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이란 당국이 미국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거래의 달인이라 칭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 궁금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방식은 ‘좋은 거래(good deal)’와 ‘나쁜 거래(bad deal)’, 그리고 ‘무거래(no deal)’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거래보다는 무거래가 낫다”며 협상을 중단한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이른바 ‘하노이 노딜’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란과의 협상에서 ‘좋은 거래’는 무엇인가.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주는 거래다. 즉, 이란이 핵을 포기하며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는 것이다. ‘나쁜 거래’는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이 길어지는 것이다.

◇트럼프의 출구전략

중요한 것은 ‘무거래’다.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과 산업기반을 모두 파괴한 후, 핵 능력을 제거했다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 이란의 핵 능력 복원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전쟁이 길어지지 않기에 정치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란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도 여전할 것이지만, 나쁜 거래보다는 무거래가 낫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에 부합한다.

앞으로 미국은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 전력망이나 원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수도 있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함이다. 해병대나 공수부대를 인근에 배치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후 좋은 거래에 도달하면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거래보다는 무거래를 선택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할 수도 있지만,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지상군 투입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좋은 거래로 전쟁이 끝나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다시금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안보의 숙원과제를 풀었고, ‘페트로달러’ 체제의 안정과 원유시장에 대한 영향력 강화로 대중국 견제에도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정권도 핵무기보다 국민을 앞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나쁜 거래는 미국의 리더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선택할 이유도 없다. 있다면 오직 이스라엘과 중동 산유국의 요청인데,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유가 급등과 국제 여론 악화를 낳아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대응

무거래의 경우 미국은 중동 산유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이란과 중국을 견제하고, 페트로달러 체제를 유지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생명줄이기도 하기 때문에, 무력 충돌이 종료된 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또한 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여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세계 경제의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란이 다시 핵무기를 개발하려 들 경우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상황이 유동적이므로 한국의 대응도 유연할 필요가 있다. 핵 문제나 유가 안정에 있어 동맹국인 미국과 이해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 차원에서는 한미동맹 관리에 힘써야 한다. 다만 군사적 지원 문제는 미국의 일방적 전쟁 종료 가능성도 남아 있어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 가지 출구전략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절실하다.

만일 미국 기준으로 좋은 거래가 합의된다면 한·이란 간 협력과 전후 복구 사업 진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전쟁이 종료된다면 장기적인 유가 불안정에 대비하며 에너지원을 다양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힘을 통한 평화’가 시대를 관통하는 안보 과제임을 인식하고, 국방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 국방부 차관

■ 용어설명

‘페트로달러’란 국제 석유 거래가 미국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를 말하며,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함. 1970년대 금본위제 붕괴 이후 미국과 산유국 간의 협정으로 형성된 시스템.

‘하노이 노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사건. 북한은 완전한 핵 포기를 수용할 의사가 없었고, 이에 트럼프가 노딜을 선언하면서 회담이 결렬.

■ 세줄 요약

전쟁의 시작과 전개: 미국의 이란 공격은 핵 위협 및 이란의 ‘페트로달러’ 체제 위협 때문. 이스라엘의 셈법도 또 다른 요인. 전쟁 초기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이란을 무력화.

트럼프의 출구전략: 트럼프는 국내정치 부담으로 전쟁 출구를 모색. 트럼프의 거래는 ‘굿 딜’ ‘배드 딜’ ‘노 딜’로 구성되며, 여의치 않을 경우 나쁜 거래보다는 무거래가 낫다는 게 트럼프의 지론.

한국의 대응: 외교적 차원에서는 한미동맹 관리에 힘쓰면서 군사적 지원은 신중해야. 트럼프의 출구전략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며, ‘힘을 통한 평화’가 시대를 관통하는 안보 과제임을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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