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주필

 

입법·행정 맘대로 휘두르면서

대통령은 야당과 국회 탓하고

여당은 상임위원장 독식 공언

 

6·3 선거 압승 땐 일당국가化

검찰 이어 사법·언론도 영향권

정치적·제도적 자제 필요한 때

‘야당 탓’ ‘국회 탓’은 권위주의 권력이 즐겨 동원하는 논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 초점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회에 대한 비난이었다. 반세기 전 10월 유신 역시 “무책임한 정당과 정략의 희생물이 돼온 대의기구”를 계엄 근거로 삼았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에 시달렸고, 유신 당시엔 여당(민주공화당)이 113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89석의 제1야당(신민당)의 견제와 비판이 정권을 위협할 만큼 매서웠다.

그런데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데다 민주화 세력을 자임하는 이재명 정권이 야당과 국회를 탓하는 것은 뜻밖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8개월이 다 돼 가는데 기본 정책 입법이 20%밖에 안 됐다. 국회가 너무 느려 어느 세월에 될지 모른다”(1월 27일), “현재와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2월 10일)고 했다.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는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뒤이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후반기 상임위 구성과 운영을 100% 민주당이 맡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위헌성이 뚜렷한 법안들까지 원하는 대로 만들면서 야당 방해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는 논리를 편다. 지금 야당의 역량이나 결기를 보면 국정 발목을 잡을 ‘깜냥’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서로 삿대질하느라 지리멸렬 상태다. 이런 야당이 가진 ‘알량한’ 몇몇 상임위원장 권한도 뺏으려 든다. 제22대 국회 후반기 2년 임기 개시일은 5월 30일이고, 지방선거는 6월 3일 실시된다. 후반기 국회의장·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출은 선거 직후에 이뤄질 것이다. 뒤이어 8월 전당대회 국면이 시작된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진짜 이유는 이런 시의성에 있다. 지방행정 일꾼을 선출하는 데 국한하면, 정당별 승패 자체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정치적 균형이 심각하게 깨질 경우의 정치적 메시지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6월 4일 취임한 이 대통령의 국정 1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띤다.

여당의 압승은 지금까지의 독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는다. 상임위원장 독식의 근거부터 더 확고해진다. 여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2년 뒤 국회의원 공천권, 나아가 ‘포스트 이재명’ 경쟁의 전초전이 되면서 여권 분화도 시작된다. ‘선명 여당’ 경쟁이 빚어지고, 이 대통령도 억지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이미 강성 여당 지지층 사이에선 야당과의 타협은 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결같이 집권 세력의 독주에 가속도를 붙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집권 세력은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검찰을 폐지했고, 사법부 장악 토대도 마련했다. 다음 총선까지 2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두렵다.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거세질 것이다. 지난 3일 임기가 끝난 노태악 대법관 후임 추천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70세 정년으로 내년 6월 퇴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선 당장 사퇴하라는 협박이 쏟아진다. ‘언론’도 도마에 올라 있다. 검찰·사법부·언론…권력의 폭주를 제어할 견제장치들을 부수려 든다.

올 하반기는 ‘일당 국가’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된다.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하면 여야 대결은 무의미해지고, 여권 내 각축이 유의미해진다. 민주주의는 원래 비효율적인 제도다. 윈스턴 처칠은 ‘지금까지 시도된 다른 모든 정치제도를 제외하면 가장 나쁜 제도’라고 했다. 결함투성이 제도이지만 인류가 만든 정치 시스템 중에선 가장 낫다는 의미이다. 효율을 앞세워 야당을 탓하고, 다수결을 앞세워 야당 몫을 빼앗는 것은 독재의 신호다. 삼권분립과 복수정당 제도(헌법 제8조)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데 모두 흔들릴 판이다. 역사적으로 나치 정권, 21세기 들어서는 러시아·튀르키예·헝가리 등의 연성 독재 사례도 있다.

‘작용은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반작용을 낳는다’는 뉴턴의운동법칙은 물리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통한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권을 거치며 악화한 대결과 양극화도 작용-반작용의 결과다. 집권 세력이 정치적·제도적 자제를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정권도 국가도 불행해진다.

이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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