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경 산업부 차장
이재명 대통령의 SNS는 효능감 높은 정책 수단으로 간주된다. 부동산 시장 개입 강도는 강력했고, 디테일도 살아있다. “0.1%의 물 샐 틈도 없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란 주문에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집값을 잡겠다는 자신감도 보인다. 이 대통령은 바둑 두듯이 판을 정교하게 짜면서 다주택자들을 몰아가고 있다. 강남 집값은 ‘멱살’잡힌 채 끌어내려졌다. 정부 규제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첫수에선 이겼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지난달 서울 2분위(하위 20∼40%) 아파트 매매가는 3년 만에 8억 원을 넘었다.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1분위(하위 20%)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 1월 5억 원을 돌파했다. 집값이 튀어오르자 서민부터 주거복지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대다수 1분위 아파트 주민은 시세 5억 원 이하에 적용되는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없다. 2분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대출(시세 6억 원 이하)도 마찬가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60억 원대 강남 아파트가 50억 원대로 떨어져 주택시장이 이성을 되찾았다고 말할 때 외곽지에선 ‘불장’이 펼쳐졌다. 실수요가 몰려들자 중저가 아파트가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15억 원으로 ‘키 맞추기’에 들어간 것이다.
청년세대는 ‘월세 지옥’에 살고 있다. 이들이 뼈저리게 체감하는 건 집값이 아닌 월세다. 서울 핵심지 집값이 꺾인 반면, 월세는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실거주 의무로 전·월세 공급 통로가 막힌 탓이다. 대통령 의도대로 다주택자가 살지 않는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집을 산다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매물이 늘어도 지금처럼 매입 자금 대출을 막아두면 무주택자는 집을 살 수 없다. 수급 셈법도 단순하진 않다.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엔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선 매년 결혼식을 약 4만 건 올리는데 이는 매매·전월세 신규 수요로 유입된다. 청년 독립으로 인한 가구 분화도 고려 대상이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새집이 더 필요한 이유다.
부동산 관련 SNS를 수십 번 올리면서도 이 대통령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게 있다. ‘공급’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 대통령도 공급엔 자신 없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는 1·29 공급대책을 통해 6만 호 규모로 ‘영끌 공급’에 나섰지만, 상당수 물량은 2028년 이후 착공된다. 계획대로 풀릴지도 미지수다. 현 정부 내내 ‘공급 가뭄’에 시달릴 수 있단 얘기다.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선 재개발·재건축이 유일한 공급 해법이지만 이 역시 정부 정체성과 맞지 않다. 다주택자 매물만으론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
부동산 정책 목표는 집값 잡기가 아니라 주거 안정이다. 집값을 잡는 데 매몰되면 방향성을 잃기 십상이다. 강남을 압박하는 규제는 외곽지 불장과 월세대란이란 역설을 불러왔다. ‘다주택자와의 전쟁’ 구도가 공급 부족과 규제를 둘러싼 불만을 잠시 잠재울지는 모르겠다. 공급이 빠진 수요 억제는 결국, 주거비를 올린다. 다주택자 237만 명을 잡다가 국민 99%가 다칠 수 있다. 주택정책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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