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최근 아르테미스 2호가 오는 4월 1일 발사된다고 밝혔다.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달 궤도로 인간을 보내는 첫 유인 탐사다. 4명의 우주 비행사가 탑승해 유인 달 착륙을 위한 시험 비행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2028년엔 유인 달 착륙이 목표다. 중대한 이벤트인데, 시민 반응이 미지근하다.

그간 두 차례나 연기돼 신뢰도가 떨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날은 만우절이다. “나사, 진심인가요, 아니면 그냥 속이는 건가요?”라고 의문을 품는 반응이 많아 정말 발사될지 그게 더 관심이다. 사실 나사는 만우절 ‘하얀 거짓말’의 단골 소스다. 달 표면에서 스마트폰을 즐길 기술이 개발됐다는 보도, 탐사로봇이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았다는 발표, 명왕성·목성·지구가 일렬로 늘어서면 ‘3초간 지구의 무중력 상태 경험’ 보도 등이 나사발(發) 뉴스로 주목을 한껏 받았다가 모두 만우절 이벤트로 밝혀져 허탈감을 줬던 사례들이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 계획이 진짜 뉴스임에도 가짜뉴스로 의심받는 건 그만큼 허위 정보의 시대라는 반증일 수 있다. 뉴스 신뢰도의 위기를 보여주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AI 이미지·영상과 실제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현실이 더욱 그러하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와중에도 AI는 가짜 영상으로 상대의 기를 꺾는 최고의 심리전 도구로 활용됐다.

만우절이 원뜻대로 모두가 어리석어지는 날인 것은 아니다. 허무맹랑하다고 웃고 넘긴 일들이 이따금 현실로 구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우절 이벤트로 ‘초자동화에 성공한 결과, 주 3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됐습니다’라고 공지했던 기업은 생성형 AI 덕분에 근무시간 단축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지난 2010년 구글이 소개한 3차원 지도는 몇 년 뒤 ‘구글 어스’로 현실화했다. 홍보 이벤트를 위해 기다리는 기업도 많다. 게임업체는 물론 유통업체들이 기발한 아이디어 경쟁을 벌인다. 지난해 현대차는 도로 위에서 ‘급한 용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상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여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범죄 수준의 거짓말만 아니면 된다. 하루쯤 유쾌한 거짓말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오승훈 논설위원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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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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