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시한 일주일 앞 ‘강경’
美해병대 이어 공수부대도 도착
트럼프, 협상실패시 ‘종료’ 시사
폭격후 일방적 종전선언 가능성
이란 “이익수호 틀 안에서 결정”
파괴된 이란 전투기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정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압박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와 담수화 시설 등에 대규모 폭격 후 일방적으로 종전 선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쟁 종식 결정은 이란의 이익 수호 틀 안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이란이 강경한 기존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웨이트 유조선이 이란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기름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전쟁 피해도 계속 커지고 있다.
피격 당하기전 쿠웨이트 유조선
30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웨이트 석유공사(KPC)는 쿠웨이트 유조선 ‘알 살미’호가 두바이 항에 정박 중 이란의 공격을 받아 선체가 부서지고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사고 당시 유조선이 만재(滿載) 상태여서 인근 해역에 원유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의 드론이 위성통신 회사 건물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 미사일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공 시스템에 의해 무력화됐다고 발표하는 등 이란의 중동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이 계속됐다. 이란 정부의 결사항전 기조 속에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SNS에 “전쟁 종식에 관한 모든 결정은 위대한 이란 국민의 존엄, 안보 및 이익을 수호하는 틀 안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밑 협상 과정에서 전쟁 재발 방지 등을 고수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이란의 태도에 미국 역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유전·발전소·담수화 시설의 궤멸적 타격을 언급한 가운데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란을 겨냥해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병대에 이어 공수부대도 중동 지역에 도착,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 전쟁 관련 당초 제시된 4∼6주의 전쟁 기간에 변동이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SNS에 올린 글 중 초토화 작전을 수행한 뒤 ‘이란 체류’를 끝낼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과 맞물려 미국 측이 일방적인 종전 선언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관들에게 전쟁 장기화를 피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태에서도 이란에 대한 작전을 종료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대신 해협을 열도록 이란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고, 실패할 경우 유럽과 중동 동맹국들이 해협 재개방에 나서도록 압박하려 한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후 중동 국가들과 나토 등 동맹에 ‘청구서’를 제시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걸프전 당시 아랍국이 전쟁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에게 그렇게 할 것을 요청하는 데 꽤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거부한 나토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우리나라는 이번 작전이 끝난 뒤 이 모든 것을 재검토(reexamine)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병기 특파원,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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