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진입한 데 이어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가 국가 안보’라는 말은 상식이 됐다. 특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갖고도 한동안 원전을 짓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지역 주민의 거센 반대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30일 마감된 신규 원전 부지 공모에서 울산 울주군과 경북 영덕군이 대형 원전 2기 , 경북 경주시와 부산 기장군이 소형모듈원전(SMR) 유치를 신청한 것은 뜻깊은 일이다. 대형 원전은 2037∼2038년, SMR은 2035년 준공이 목표다
이들 4곳은 모두 지역 위기의 돌파구로 원전을 택했다. 지역에 따라 안전성 등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지만, 고용 창출과 세수 증대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높아 원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주·경주·기장은 이미 원전을 보유하고 있고, 영덕은 2012년 부지 지정 후 2017년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되면서 인구 급감과 경기 침체를 겪었다. 원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을 둘러싼 전북 부안과 경주의 선택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4년 방폐장 유치가 백지화된 부안은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 된 반면, 2005년 유치한 경주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건립 등을 통해 총 4조7927억 원 규모 지원과 약 7조 원 생산유발 효과를 거뒀다.
AI 등 미래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이미 세계는 원전 경쟁에 돌입했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선두 주자인 유럽연합(EU)은 최근 ‘원전에 등을 돌린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선언했다. 미국·영국·프랑스는 신규 원전 건설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탈원전 국가인 이탈리아와 대만도 원전 건설로 선회했다. 이 같은 안팎의 변화 속에, 신속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해당 지역에 대한 전폭적 지원은 당연하다. 에너지와 지역의 상생 모델도 만들 수 있다. 추가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 안정적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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