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의 Deep Read - 선거와 감정지형

 

현재 여론조사상 민주당 압도적 우위지만… 국민 ‘불안·분노·기대·피로’ 4대 요인 변수

2030은 특히 공정성 논란 등 감정지형에 민감… 유권자 기류 읽기 - 감정 전환해야 승리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민심 지표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정부의 국정 방향 평가, 정당 지지도, 지방선거 성격 인식, 정당 호감도까지 거의 모든 지표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 여론조사상의 숫자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6·3 지방선거까지 아직 60일 이상이 남아 있다. 선거 결과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유권자의 ‘감정지형’(emotional landscape)이다.

◇감정지형

전국지표조사(NBS) 3월 4주차 결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69%나 됐다. 민주당 지지도는 46%였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18%에 불과했다. 지방선거 성격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53%,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34%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3월 4주차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 51.1%, 국민의힘 30.6%였는데, NBS와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훨씬 떨어진다.

이런 조사 결과들을 보면 여당은 안정적 지지 기반을 확보한 반면, 제1 야당은 존재감조차 희미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선거는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학과 행동과학이 반복해서 보여준 사실은 명확하다. 유권자의 선택은 이성적 계산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에 의해 움직인다. 이른바 ‘감정지형’이다.

이 개념은 조지 마커스 교수의 ‘감정정치’ 이론에서 출발해, 현대 선거 정치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확장됐다. 마커스 교수의 핵심 주장은 인간의 정치 판단은 두 가지 감정 시스템에 의해 작동한다. 하나는 익숙함과 안정 속에서 기존 선택을 유지하게 만드는 ‘성향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불안과 위기를 감지해 기존 선택을 흔드는 ‘감시 시스템’이다.

평소에 유권자는 익숙한 정당, 익숙한 후보를 선택한다. 그러나 불안이 커지면 기존 선택은 무너진다. 그리고 그 불안이 분노로 전환될 때 사람들은 행동한다. 투표는 그 행동의 결과다. 유권자는 정책을 비교해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①불안 ②분노 ③기대 ④피로에 따라 행동한다.

◇불안, 분노, 기대, 피로

마커스 교수의 이론을 한국 정치에 적용해보면 많은 현상이 설명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예상 밖 결과’는 사실 예상 밖이 아니다. 유권자의 감정지형을 제대로 읽지 못했을 뿐이다.

불안, 분노, 기대, 그리고 피로라는 네 가지 축은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불안이 커져도 대안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유권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분노가 쌓여도 방향이 없으면 냉소로 흩어진다. 반대로 분노와 기대가 동시에 형성되면 강력한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좋은 정책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감정의 조합이다.

현재 국민의힘 위기는 단순한 지지율 하락이 아니라 지지자 감정 구조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드러난다. 보수 유권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갖고 있지만,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당 소속감 대신 이탈과 무관심으로 전환된다. 정치적 선택의 핵심 조건인 ‘분노와 기대의 결합’이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우위 역시 영구적이지 않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은 정책 성과라기보다 기대와 안정에 대한 감정의 반영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피로가 축적된다는 점이다. 권력 집중에 대한 견제, 반복되는 정치 갈등에 대한 피로, 그리고 공정성 논란이 촉발하는 분노는 언제든 감정지형을 뒤집을 수 있는 잠재 변수다.

특히 공정성, 주거, 기회 문제는 단순한 정책 이슈가 아니라 감정을 폭발시키는 ‘트리거’로 작동한다. 민주당이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그해 대선과 지방선거(2018년), 총선(2020년)에서 대승했지만, 결국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30의 감정선

감정지형은 빠르게 변화한다. 그 조건은 첫째, 공정성 사건이다. 채용이나 입시, 특혜와 관련된 사건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분노를 촉발한다. 둘째는 경제 충격이다. 물가 상승, 집값 문제, 취업 악화 등은 불안을 증폭시키고 이 불안은 언제든 분노로 전환될 수 있다. 셋째는 상징적 사건과 발언이다. 특정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감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넷째는 대안의 등장이다. 새로운 인물이나 메시지가 등장할 때 기대가 형성되며 감정은 즉각 행동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감정지형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집단이 바로 2030세대다. 이들은 더는 선거의 주변 변수가 아니라 결정 변수다. 경제적 불안, 구조적 좌절감,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는 이 세대의 감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민주당이 최근 강행 처리한 사법 3법과 중대범죄수사청·공수처 신설 법안 등은 청년층의 감정지형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하고 청년세대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다’는 청년층의 감정선을 건드릴 가능성이 크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청년층 실업률은 7.7%로, 2021년 2월(10.1%) 이후 5년 만에 동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갤럽 3월 3주차 조사에서 20대와 30대에게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 전망이 각각 22%와 26%였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4주(24∼26일)와 비교해 9개월 만에 낙관론은 20대에서 9%포인트, 30대에서 23%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제 시작이다

결국 선거는 누가 더 좋은 정책을 내놓느냐를 넘어, 누가 유권자의 감정을 더 정확히 읽고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현재의 압도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선 감정지형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불안을 기대로 바꿔야 한다. 둘째, 분노에 방향성을 부여해 분노를 조직해야 한다. 셋째, 피로를 회복으로 바꿔야 한다.

감정지형의 관점에서 보면 지방선거는 이제 시작이다. 감정을 읽고 전환에 성공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긴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감정지형’이란 선거 때 유권자의 선택이 단순한 이념·정책이나 이익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적 배치와 작동 방식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설명하는 개념. 미국의 정치심리학자 조지 마커스가 제안.

‘조지 마커스’는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를 지낸 정치학자. 정치학, 심리학, 신경과학을 결합한 감정지능(Affective Intelligence) 이론을 통해 선거에서 감정의 역할을 체계화한 선구자로 평가됨.

■ 세줄 요약

감정지형: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민심 지표는 집권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음. 하지만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이념이나 정책, 이성적 계산을 넘어 감정의 구조, 즉 ‘감정지형’에 의해 움직임.

2030의 감정선: 불안·분노·기대·피로 네 가지는 서로 결합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침. 즉 실제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감정의 조합임. 감정지형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집단이 바로 2030세대.

이제 시작이다: 국민의힘이 현재의 열세를 극복하려면 불안을 기대로 바꿔야 하고, 분노에 방향성을 부여해야 하며, 피로를 회복으로 바꿔야. 유권자의 감정을 정확히 읽고 설계하면서 전환에 성공해야 선거에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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