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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80개국과 ‘범죄인인도조약’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이 9년 만에 국내 송환된 배경에는 필리핀과 맺은 범죄인인도조약이 있다. 한·필리핀 양국은 1996년 조약을 체결하고 범죄인 인도에 상호 협조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는 해외로 도주한 범죄인을 현지 정부의 도움을 받아 넘겨받는 절차를 말한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및 유럽평의회 회원국 등 80여 개 국가와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한국의 범죄인인도제도는 범죄인인도법과 양국 간 범죄인인도조약 및 상호주의(조약이 없는 경우) 등을 근거로 운영된다.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업무 담당기관으로 범죄인 인도 절차 개시부터 강제 송환까지 모든 과정을 주관한다.

먼저 정부가 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때는 담당 사건을 맡은 검사가 법무부 장관에게 인도를 청구해 장관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외교부 장관을 거쳐 상대국 외교부와 사법부 논의 등을 거쳐 국내 송환 여부가 결정된다. 반대로 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 요청이 있을 경우 법무부 장관이 검토 후 서울고검의 인도 심사 청구, 법원의 범죄인 인도 구속영장 발부 심사 등을 거쳐 범죄인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국가가 반드시 해당 범죄인을 송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인 인도가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국의 인도 요청에 대해 각국 재량으로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 정치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송환이 거절된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실적은 국제사법공조가 강화되면서 크게 늘고 있다. 2016년 55건에 불과했던 범죄인 인도 실적은 2023년 96건, 2024년 180건, 2025년 274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는 1월 23일 로맨스스캠 사기 혐의로 120억 원을 편취한 강모 씨 부부를 캄보디아에서 인도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해킹을 통해 380억 원 이상을 편취한 해킹조직 총책 전모 씨를 태국에서 데려왔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한 곽모 씨와 사기범 강모 씨는 각각 에콰도르·세네갈의 승인을 거쳐 한국으로 이송됐다.

이 밖에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모 씨는 미국 사법당국과의 끈질긴 협의를 거쳐 세월호 참사 9년 만인 2023년 국내로 송환했다. 2007년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 범인인 최세용과 김성곤은 각각 태국과 필리핀에서 복역하다 2013년과 2015년 한국으로 임시인도돼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들은 해당 국가로부터 신병을 최종 인도받아 현재 국내에서 복역 중이다.

황혜진 기자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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