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대통령 최초 법정 출석
정부측 대리인 뒤서 지켜봐
직접 압박 의도… 패소땐 타격
보수 대법관도 금지 논리 반박
“세상은 변했어도 법은 그대로”
발언 듣는 트럼프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방대법원의 구두변론이 열리는 법정에 출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본 재판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는 헌법상 권리인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에 대한 변론으로, 상호관세 소송에 이어 이번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대법관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수를 점하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마저 출생 시민권제를 금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멍청한 판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해 1월 취임 즉시 서명한 ‘출생 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의 구두 변론이 진행되는 법정 방청석 맨 앞줄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했고, 미국의 관할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州)의 시민’이라는 헌법 14조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미국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인 만큼 이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리로 그는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 시민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이날 변론에서 정부 측 소송대리인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은 역시 같은 논리를 들고나왔다. 그는 불법 이민자나 임시 체류자인 부모는 미국에 ‘정착’한 상태로 볼 수 없어 이들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 대법관뿐 아니라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보수 성향 대법관들도 정부 측 논리에 의구심을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어 차관이 “우리는 이제 80억 인구 누구나 비행기 한 번만 타면 미국 시민권자 자녀를 둘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자 로버츠 대법원장은 “글쎄, 세상은 변했을지 몰라도 헌법은 그대로다”라고 답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직후 버려져 부모가 확인되지 않는 아기를 예로 들어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사우어 차관의 논리적 허점을 따졌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수정헌법 14조가 채택된 19세기 당시 “그 어떤 논의에도 부모가 언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사우어 차관의 주장이 “좋은 지적”이라면서도 법원의 역할은 “미국의 역사에 기초한 미국 판례를 갖고 미국 법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소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우리는 세계에서 멍청하게도 출생 시민권을 허용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썼다. 또 “멍청한 판사와 대법관으로는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민병기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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