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 윤성호 기자

키를 물으면 나는 174라고 답한다.

정확히는 173.6이지만,

반올림은 수학이 허락한 유일한 거짓말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간 약속 장소.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고,

내 허리 높이쯤에 딱 하나, 빈칸이 있었다.

“키 185㎝ 이상인 사람만 남길 수 있는 칸.”

펜을 들었다. 잠깐 들었다.

그리고 놓았다.

11.4㎝의 양심.

대한민국 40대 남성 평균은 173.5㎝.

나는 그보다 0.1㎝ 크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다.

윤성호 기자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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