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 검사’ 엑소더스

 

작년부터 법복 벗은 검사 233명

65%는 15년 이상 고위 간부급

반부패·형사부 등 지휘자 역할

 

선배들 부재 공소청 역량도 우려

“문서만 보고 기소할 수 있겠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정의와 인권을 수호한다는 검사의 막중한 책임과 자부심이 담겨 있지만, 최근 여권의 과격한 검찰개혁에 떠밀려 떠나는 검사들이 크게 늘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정의와 인권을 수호한다는 검사의 막중한 책임과 자부심이 담겨 있지만, 최근 여권의 과격한 검찰개혁에 떠밀려 떠나는 검사들이 크게 늘었다. 뉴시스

검찰청 폐지 등 더불어민주당발 검찰개혁 여파로 지난해부터 가속된 ‘검사 엑소더스(대탈출)’가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검사들에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 수사·기소 노하우 상실, 교육시스템 붕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오는 10월 공소청으로 전환되면 서류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가능성이 큰데, 전문성 약화로 권력형 비리나 대기업 관련 수사 등 이른바 ‘거악 척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3월 27일까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난 검사는 모두 233명으로, 이 가운데 65%인 151명이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검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15년 이상 검사는 고검검사급으로 경력 15년 이상∼20년 미만은 대체로 부장·차장검사, 20년 이상이면 검사장 직급에 해당한다. 부장검사는 특정 부서를 이끌며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지휘하고, 차장검사는 형사부·특수부(반부패부)·공공수사부 등 부서를 지휘하며 부장검사들이 올린 사건을 검토·조정하는 실무 총괄 역할을 맡는다. 검사장은 해당 검찰청의 사령탑으로 전체 수사와 사건처리의 최종 판단권자다.

지난해는 전체 퇴직자 중 경력 15년 이상 검사 비중이 62%에 달했고,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여당의 검찰 흔들기가 더 거세진 올해는 비중이 72%까지 치솟았다. 사직한 베테랑 검사 중에는 특수통·공안통 등 검찰 내에서도 수사 난도가 높은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다.

베테랑 검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조직의 미래는 물론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에 미칠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검 파견 등으로 가뜩이나 수사할 검사도 없는 상황에서 사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판단해줄 지휘부의 경험 부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선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전에는 부장검사 4∼5년, 차장검사 2∼3년, 검사장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충실히 밟았지만 퇴직자가 늘면서 경험을 쌓지 못한 채 승진인사가 이뤄진다”면서 “연륜·경험이 없는 이들이 제대로 조직 운영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많이 부딪히고 사건도 많이 처리해야 합리적 판단을 도출할 수 있다”면서 “결정적 순간에 지휘부 판단이 중요한데 지금은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가진 간부를 찾기 힘든 상태”라고 우려했다. 선배 검사를 통해 수사·기소 핵심 노하우 등을 습득하는 교육시스템 부재로 이어져 국가 수사역량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베테랑 검사들의 부재가 오는 10월 출범할 중수청·공소청 역량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부부장 검사는 “공소청 전환 시 문서만 보고 과연 기소할 수 있겠냐”고 한숨 쉬었다.

황혜진 기자, 김군찬 기자, 이후민 기자
황혜진
김군찬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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