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警 ‘보복 대행’ 일당 구속 송치
위장취업 배달앱 상담사 통해
개인정보 확보해 ‘사적 테러’
배달업체 고객정보 관리 구멍
돈을 받고 남의 집 대문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래커로 욕설을 남기는 등 악의적 ‘보복 대행’ 범죄를 일삼은 일당이 검찰로 넘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일당 중 1명이 배달앱을 운영하는 배달의민족 외주 협력사에 위장 취업해 확보한 고객 정보가 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외주업체 직원도 쉽게 고객 정보를 알 수 있는 배달업계의 허술한 고객 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주거침입, 재물손괴, 협박 등 혐의로 40대 남성 A 씨와 그를 위장 취업시킨 윗선인 30대 남성 B 씨를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월 경기 시흥시 한 아파트 현관에 인분을 뿌리고 래커칠과 욕설 낙서를 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보복 대행 범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 중 총책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정모 씨는 텔레그램에 ‘보복 테러를 해주겠다’고 글을 올려 불특정 다수로부터 범죄 의뢰를 받았다. 이후 범행 대상의 주소지 등 개인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A 씨를 배달의민족 외주 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시키고, 상담 업무 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조회해 범행에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업체 상담사들은 고객 불만이나 문의사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객의 성명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일정 기간 보관하고 있다. 추후 분쟁 소지에 대비해 보관 기간이 지난 상담 건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정보 조회를 할 수 있고, 다른 상담사의 상담 내용도 조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거의 모든 배달 업체가 상담 업무를 외주 협력사에 맡기면서, 고객 정보 관리 책임도 영세한 협력사가 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배달이 잘못돼 환불해야 하거나 문의사항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상담사가 반복적으로 연락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담사들이 고객 정보를 여러 번 조회할 수밖에 없다. 다수 상담사가 고객 불만·민원을 처리하지만, 배달업체는 사안을 일일이 점검하는 대신 최소한의 관리에 그친다.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배달 플랫폼들이 고객센터를 외주에 맡기고, 본사에서는 개인정보 조회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내고 “해당 외주업체에 대해선 고객 정보와 관련한 전수 감사를 실시한 후 계약 해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총책인 정 씨도 추가 조사 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현웅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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