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는 내년도 예산편성지침에서, 적극재정 기조를 유지해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경제의 대전환·대도약을 뒷받침하고 국정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주도성장, 모두의 성장, 안전 기반, 문화가 이끄는 성장, 그리고 평화 뒷받침 등 5대 성장 패러다임 대전환으로 새 시대를 이끄는 데 집중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등 지방이 중심이 되는 투자를 대폭 늘리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 방위산업, 에너지 등 첨단산업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중장기 재정운용 목적으로 구속력을 가져야 할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안정적인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을 전제로 내년 법인세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결코 장담할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계획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더 문제다. 지난 2000∼2025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9%에서 51.8%로 5.8배 늘어났고,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나랏빚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그리고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신용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문을 합한 국가부채비율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특히, 정부부채비율의 급증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의 경제에 장기적인 재정개혁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당연히 지출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정부도 확장재정과 함께 엄격한 구조조정 방향을 명시하고 있다. 재량지출은 15%, 의무지출은 10% 수준의 목표치도 제시했다. 과거에도 정부는 재량지출 부문의 감축 의지를 계속 밝혀 왔지만, 구체적인 의무지출 감축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무지출의 원천이 되는 법령 개정안도 예산안과 함께 제출하겠다는 데서 정부의 의지는 확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지출 감축의 어려움은 예산정치의 교과서에 나와 있듯이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의무지출 개혁 영역으로 계속 지적돼 온 것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이다. 내국세의 20.79%를 의무적으로 초중등교육에 써야 한다. 수요의 증감은 전혀 상관이 없다. 현재의 칸막이 방식 재정배분 구조로, 세수에 기계적으로 교육재정 총량이 결정돼 있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걸림돌이 된다. 과거 개발 연대에는 재원이 부족한데도 일정 규모의 교육예산을 보장함으로써 보편교육 확산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제는 재원 낭비의 전형이 되고 있다.
2000년 이후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초중등교육재정은 계속 늘려 왔으나 고등교육은 17년간 등록금 동결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난망하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를 살려야 한다. 의무지출 개혁 성패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구조개혁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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