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는 규제와 응징 일변도의 이재명 정부식 산업재해 대응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산재 기업을 향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라” “엄벌하라” 등 강력한 형사 처벌이나 경제적 징벌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사망자는 더 늘어나고 대형 산재가 끊이지 않자 대통령까지 난감해하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축사 지붕 개량이나 태양광 설치 과정에서 추락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보고를 받고 “지붕에 올라가는 작업을 할 때는 신고하게 한다든지 구체적,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젠 공사 현장이나 일반 농가에 ‘지붕 수리 신고 의무화’라는 규제 하나가 더 만들어질 판이다.
이번 참사는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도 드러냈다. 중처법이 예방보다는 처벌에 방점을 두다 보니 중소기업들이 CEO가 처벌받지 않도록 서류만 완벽하게 만들고, 처벌을 면하기 위해 숨기는 데 급급할 것이라는 지적은 2021년 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다. 실제 안전공업은 서류상으론 꽤 양호했다. 지난해 산업보건위험성평가에서 이 회사는 작업환경관리 등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서면으로 진행된 소방점검이나 구조물 변경 조사 등도 무사통과했다. 그동안 수많은 내부 화재가 있었지만, 직원들이 소방서 신고 없이 소화기로 껐다고 한다. 화재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진술이 있는 것으로 봐선 쉬쉬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재난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안전공업에 매년 1회 이상의 작은 화재가 있었듯, 대형 산재엔 분명 징후가 있다. 1930년대 산업 안전 전문가인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대형 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유사한 종류의 경미한 사고 29건과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위험 징후 300건이 있었다는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을 제시했다. 만약, 경미한 사고에도 눈감지 않는 시민의식, 기본을 지키는 정직함, 수정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면 대형 산재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독일과 일본 등 한국보다 오랜 산업화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들이 유아기부터 반복적인 체험 교육을 통해 안전을 생활화하고 절차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이유도 결국, 기본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처벌 강도를 관대하게 낮추고, 안전에 투자하는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서 자발적 예방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압축 성장을 이뤄낸 만큼 안전 문화의 축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뿌리박힌 구조적 문제를 단기간 해결하겠다는 욕심은 비현실적이다. 사고가 터진 뒤 책임자를 때려잡는 식의 대응만으론 하인리히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 우리도 안전 수칙을 충실히 지키는 기업에 대해 보험료 감면 등 실질적 보상을 제공하는 ‘포지티브’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과 정부가 5년 임기 내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10년, 20년을 내다보며 안전 문화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장기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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