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옛날옛날 늑대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 이원경 옮김 | 웅진주니어

그림책의 거장 앤서니 브라운은 이번 작품에서 옛날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을 아이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잭과 친구들은 숲에 놀러 갔다가 조그만 오두막에 홀로 사는 할머니를 본다. “우리 장난칠래?”라는 잭의 아이디어에 아이들은 할머니 집 문을 두드리고 달아난다. 다음 날 잭은 할머니가 마녀임이 틀림없다고 할머니 집 창가에서 늑대 울음소리를 내고 도망친다. 다음 날도 잭은 할머니가 아이들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며 할머니 집 벽에 낙서를 한다. 그다음 날도 잭은 침대보를 뒤집어쓰고 유령 흉내를 내자고 했지만 이번엔 아이들이 거절한다.

결국 혼자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간 잭은 으르렁대는 늑대와 마주친다. 그때 할머니가 나타나 빗자루로 늑대를 쫓아내고 잭을 구해준다. 상상 속에서는 온갖 공포를 즐기지만 현실의 위협 앞에서는 무력한 어린아이와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지켜주는 믿음직한 어른의 구도다. “괜찮니, 얘야?”라고 안심시켜준 할머니는 그날 이후 잭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잭은 마을에 살지 않고 혼자 산다는 이유로 용감하고 친절하기까지 한 할머니를 마녀로 만들고 친구들까지 이끌고 무례함을 범한다. 잭이 계속 할머니의 집을 찾아간 진짜 이유는 할머니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숲속 오두막에 홀로 사는 할머니는 잭이 가장 원했던 것을 준다. 미지의 대상에 대한 호기심, 규칙이 없는 공간에서의 스릴 같은 것 말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과 경험을 통해서 진실로 타인을 이해하고 정중하게 관계를 맺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낯선 사람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한 실수조차 어떻게 극복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에게 다정하게 가르쳐준다. 32쪽, 1만6800원.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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