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6·3 지방선거가 61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후보들은 고개를 숙이며 지지를 호소하지만, 유권자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여러 이유가 있다.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1억 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처럼,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방의원의 행태 및 부패 문제 때문에 생긴 불신이 매우 크다. 이 사건은 지방자치와 선거 참여 의지까지 꺾는다.
무엇보다 더 깊은 불신의 뿌리는 ‘주민을 기만하는 지방의원의 구태’에 있다. 특히 공적인 업무를 명분으로 놀러 가듯 떠나는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주민들의 정치 혐오를 키우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 실태는 심각하다. 지난 3월 3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의원 904명 중 96%(871명)가 임기 중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여기에 투입된 세금은 128억 원이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예산 사용의 불투명성이다. 출장 보고서 공개율은 97%에 이르지만, 정작 ‘상세 영수증’이나 ‘구체적 비용 내역’을 공개한 경우는 16%에 불과하다. 무엇을 배우고 왔는지보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감추는 ‘깜깜이 출장’이 관행처럼 굳어진 셈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선 구조적인 문제다. 2024년 12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점검한 결과, 국외 출장 915건 중 44.2%(405건)에서 항공권 위·변조를 통한 경비 부풀리기가 적발됐다. 주민 세금이 사실상 관광성 일정에 쓰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도 이미 제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행정안전부는 ‘공무국외출장 규칙’ 위반 시 예산 페널티를 부여하고, 임기 1년 이하 의원의 출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다. 경실련이 ‘외유성 출장과 반복 출장을 철저히 검증하고 비용까지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결국, 해법의 핵심은 ‘외부 통제’와 ‘주민 검증’에 있다. 심사위원회를 시민과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하고, 출장 후에는 주민 앞에서 직접 성과를 설명하고 검증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부실·허위 출장이 드러나면 비용 환수는 물론 재출마 제한과 같은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해외 출장 자체를 모두 금지할 순 없다. 선진 정책을 배우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떤 명분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이 ‘관광성 출장’에 쓰이는 것은 주민에 대한 배신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의 실천 의지다. 정당의 공천 책임을 강화하고, ‘주민배심제’처럼 주민이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실제 외유성 출장이 확인될 경우 ‘공천 불이익’을 포함한 ‘선거 재출마 금지’ 같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공직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부적절한 인물을 공천한 정당의 책임도 크지만, 결국 선택은 유권자들이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더욱 엄격히 따지고, 잘못된 정치에는 투표로 분명히 책임을 묻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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